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는 17일 대전 한화전에 채은성이 허리 근육통을 털고 돌아오자 주저 없이 4번타자 1루수로 기용했다. 채은성은 지난 해까지 외야수로 뛰었으나 올해부터 1루수로 변신했다. 채은성이 없을 때 1루수로 뛰었던 선수는 문보경. 그렇다고 요즘 LG에서 가장 방망이가 뜨거운 문보경을 라인업에서 뺄 수는 없었다. 문보경은 원래 포지션인 3루수로 나섰다. 전날(16일) 3안타를 몰아친 서건창 역시 라인업에서 제외하기는 곤란했다. 서건창은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국인타자 리오 루이즈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해야 했다. 웬만해서는 외국인타자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기 쉽지 않은데 LG는 최선의 라인업을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루이즈의 타격이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류지현 LG 감독은 "휴식 차원에서 뺐다"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루이즈가 타격 컨디션이 호조를 보였다면 쉽게 빼기 어려웠을 것이다.
루이즈는 8회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LG가 6-4로 앞선 8회말 대수비로 루이즈를 기용한 것이다. 문보경이 3루에서 1루로 자리를 옮겼고 루이즈가 3루수로 들어갔다. 타격이야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수비력까지 나빠진 것은 아니기에 LG로서는 수비 강화를 위해 루이즈를 충분히 내보낼 만했다.
그런데 LG는 8회말 6-6 동점을 허용했고 9회초 다시 득점 사냥에 나서야 했다. 한화도 마무리투수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려 LG의 득점을 저지하려 했다. 마침 선두타자 홍창기가 볼넷을 골랐고 박해민이 1루수 희생번트를 성공해 1사 2루 찬스가 차려졌다.
이때 한화는 고의 4구 작전을 폈다. 1루가 비어있는 점을 감안해 김현수와 승부를 피하기로 한 것. 대기 타석에 있는 루이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실 외국인타자 앞에서 고의 4구가 나오는 장면은 흔치 않다.
루이즈로선 복수의 기회였다. 루이즈는 4연속 파울 타구를 날리며 집중했다. 하지만 8구째 들어온 140km 직구에 헛스윙하면서 삼진 아웃으로 고개를 숙였다. 왜 그의 타석 앞에서 고의 4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결국 득점에 실패한 LG는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야 했다.
루이즈의 시즌 타율이 .196로 떨어져 있고 채은성이 마침 복귀하면서 앞으로 LG가 어떻게 라인업을 운영할지 관심을 모은다. 류지현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볼 것이다"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LG는 루이즈의 포지션을 2루수와 3루수로 한정하고 있다. 차라리 유격수라도 가능하다면 오지환의 체력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겠지만 유격수로 뛰기엔 무리가 있다. 류지현 감독이 시즌 전 루이즈에게 "혹시 유격수도 가능하냐?"라고 물었는데 루이즈는 "대학교 시절에 해봤다. 프로에 와서는 한번도 경험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류지현 감독은 "루이즈의 말을 듣고 유격수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실 루이즈가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3루수를 볼 때 수비 위치에서 양쪽 2m 정도까지 커버하는 수비에 익숙해져 있다"라고 밝혔다.
과연 루이즈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LG는 1루수 채은성, 2루수 서건창, 3루수 문보경으로 충분히 라인업을 꾸릴 수는 있지만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외국인타자의 한방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루이즈 본인에게 달렸다. 루이즈의 침체가 길어진다면 LG도 빠르게 '승부수'를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리오 루이즈.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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