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인 5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에서는 경기를 지배한 한 남자가 있었다. 삼성 외국인타자 호세 피렐라는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면서 삼성의 8-4 역전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이날 피렐라가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시즌 타율이 .409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4할 타율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가 피렐라였다.
그런데 약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피렐라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은 것이다. 5월에만 타율이 .413에 달했던 피렐라는 6월 타율이 .208에 머무르면서 현재 타격 1위 자리도 빼앗긴 상태다. 시즌 타율은 .342로 여전히 높지만 4할대 타율을 마크했던 5월을 생각하면 타율이 엄청나게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작년에도 비슷한 흐름이었다는 점이다. 피렐라는 지난 해에도 5월까지 타율 .352 13홈런 39타점으로 어마어마한 타격 페이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6월 타율이 .267로 떨어지면서 주춤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7월에는 타율 .192, 8월에는 타율 .206로 최악의 부진을 겪고 말았다. 고질적인 발바닥 통증이 문제였다.
피렐라는 결국 타율 .286 29홈런 97타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KBO 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외국인타자로서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후반기 타율이 .249로 처진 것은 분명한 위험요소였다. 족저근막염으로 인한 여파가 뚜렷하게 성적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피렐라의 '발바닥 리스크'를 감수하고 재계약을 감행했다. 피렐라만한 타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 또한 피렐라가 덕아웃 안팎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선수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웠다. 삼성의 선택은 크나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적어도 5월까지는. 그러나 올해도 6월부터 부진이 시작되면서 작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은 지금도 피렐라의 부진을 두고 "발바닥 때문이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불안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피렐라는 부상만 없다면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칭송을 받을 만한 선수다. 기량은 물론 그라운드에서의 허슬 플레이,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려는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플레이를 보면 왜 그가 임시 주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반등의 신호탄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피렐라의 6월 타율은 .208인데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타율이 .150으로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이 작년만 해도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어우러지면서 피렐라가 부진할 때도 힘을 냈지만 올해는 타선이 피렐라에게 의존하는 모양새라 팀 성적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어느덧 팀 순위도 7위로 가라 앉았다. 피렐라는 결국 작년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올해는 180도 달라진 여름을 보낼 것인지 증명의 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피렐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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