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회에 151km. 가보지 못했던 길을 간다.
KIA 좌완 이의리는 25일 잠실 LG전 6회말, 2사 2루서 로벨 가르시아를 상대로 마지막 두 개의 공을 모두 패스트볼로 선택했다. 구속은 잇따라 151km. 심지어 그날 114~115구째였다. 가르시아는 이의리의 빠른 공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힘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의리의 스터프가 확실히 대단하다. 물론 158~159km를 밥 먹듯 찍는 안우진(키움)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올 시즌 각 팀 주요 좌완투수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수준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 146.3km. 작년 145.4km보다 상승했다.
김광현(SSG, 145.4km), 찰리 반즈(롯데, 143.6km) 등이 이의리보다 구속이 살짝 덜 나와도 좋은 투구내용을 보여준다. 결국 이의리도 스피드보다 경기운영능력을 향상시키고, 작년에 부상으로 하지 못했던 풀타임을 소화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도 고졸 2년차에 100구를 넘겨도 151km을 찍는 건 유니크한 장점이다. 공에 힘이 있으면 힘으로 승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구사율이 작년 55%서 올해 63.5%로 올랐다. 전력으로 던지면서도 최적의 밸런스를 찾은 듯하다.
안우진 역시 힘으로 승부할 때 하고, 완급조절을 해야 할 때 하면서 더욱 위력을 끌어올렸다. 이의리도 실전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터득하고 조정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LG전 당시 양현종으로부터 “멍청하다”라는 말을 들은 것도 큰 화제였다. 본인의 빠른 공을 믿으라는 의미였다.
올 시즌 24경기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96. WHIP 1.25로 아주 압도적인 투구를 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또래 좌완 선발투수들 중에선 군계일학이다. 6월 5경기서 1승3패 평균자책점 6.51로 부진했으나 7월 5경기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86, 8월 4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22로 뚜렷한 상승세다. 25일 LG전서 6이닝 1피안타 7탈삼진 5사사구 무실점으로 압권의 투구를 했다.
타이거즈 역사에서도 2년차에 이 정도의 성장세를 보여준 투수가 많지 않았다. 양현종은 2년차에 48경기서 5패5홀드 평균자책점 5.83이었다. 3년차이던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선발투수가 됐다. 올해 이의리는 풀타임 선발에 도전하면서도, 질적으로도 자신의 색깔과 방향성을 찾아간다.
큰 틀에선 타이거즈 좌완 왕국 건설의 기둥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대투수 양현종이 수년간 핵심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의리가 중심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김기훈, 신인 최지민,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확실한 윤영철(충암고)은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의리는 이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이의리가 좀 더 확실하게 실적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광현종’의 후계자 레이스에도 참가할 수 있다. 건강할 때 확실하게 계산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 구창모(NC)를 위협한다면, 이의리도 구창모도 한국야구에도 모두 좋은 일이다.
[이의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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