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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아르바이트생을 아가씨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기분 나빠하네요.”
국민일보에 따르면 29일 온라인 공간에서는 고깃집에 밥을 먹으러 갔던 한 가족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종업원을 ‘아가씨’라고 불러도 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A씨의 아버지는 20대 초중반쯤 돼 보이는 여자 알바생한테 ‘아가씨, 주문 좀 받아주세요“라고 했다.
알바생이 매우 기분 나빠하면서 A씨 아버지에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가게 사장님까지 와서 A씨 가족에게 사과하고 마무리가 됐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아가씨는 원래 깍듯한 높임말이다. 도대체 아가씨라고 하는 게 왜 기분 나쁘냐”고 적었다.
A씨의 글은 온라인 공간으로 퍼졌는데 알바생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사연이 처음 올라온 ‘여초’ 커뮤니티는 물론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논쟁이 치열했다.
알바생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게 부적절하다는 쪽에서는 ‘사전적 의미는 나쁜 게 아니지만 성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로 변질됐다’ ‘요즘 사회적 분위기로 봤을 때 좋은 뉘앙스의 단어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젊은 여성이 아닌 알바생 신분으로 근무 중인 점을 고려할 때 성별이 반영된 호칭으로 알바생을 부르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손님을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반면 ‘아가씨를 아가씨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나’ ‘차라리 적절한 신조어를 만들어 달라’는 반응도 있었다. 가족끼리 밥을 먹으러 온 자리이고 A씨 아버지도 존댓말을 사용했는데 알바생이 과민반응을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가씨라는 호칭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국공무원노조 강원 원주시지부는 민원인들이 ‘아가씨’라고 부르며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공무원들의 호소문이 접수되자 ‘주무관’ 등 공식적인 호칭을 사용해달라는 캠페인을 지난해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한 국회의원은 육군 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하사 아가씨’라고 지칭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과거에도 알바생을 아가씨라고 불렀다가 눈총을 받았다는 사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아가씨의 어원이었던 ‘아기씨’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딸’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에는 존대의 의미가 있었고 현재에도 사전적 의미는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예전에 미혼의 양반집 딸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던 말’ 등의 의미로 쓰인다.
사전적으로는 아가씨 단어 자체에 하대하는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가씨가 존대의 의미를 배제한 채 쓰이는 경우가 많고 유흥업소 등 직업 종사자에게 사용되기도 한다고 누리꾼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이 같은 사회적 인식 변화를 고려할 때 알바생을 아가씨로 부르기 보다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다른 표현을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20년 3월 펴낸 ‘우리, 뭐라고 부를까요?’ 책자에서 “예전에는 손님이 직원을 ‘젊은이’ ‘총각’ ‘아가씨’로 불렀는데 이런 말을 사용하는 것은 나이 차이나 손님으로서 갖게 되는 사회적 힘의 차이를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은 “식당 등 서비스 기관 직원을 부르는 말로 ‘여기요’ ‘저기요’ 등이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직원과 손님 사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손님과 직원 모두에게 편안하게 사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어원은 또 “요즘은 시민들의 문화 의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식당이나 상점 직원을 ‘아줌마’ ‘아저씨’ ‘젊은이’ ‘총각’ ‘아가씨’로 부르는 관습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도 했다.
아가씨라는 호칭 사용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언어의 사회적·정서적 의미 변화를 고려할 때 ‘여기요’ ‘저기요’ 등으로 부르는 게 보편적이라는 취지이다.
국어사전에서 여기요는 ‘주문 따위를 하기 위해 종업원을 부를 때 쓰는 말’, 저기요는 ‘잘 모르는 상대를 부를 때 쓰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아가씨라고 불러본 게 몇 년 전인지 모르겠다. ‘여기요’나 ‘저기요’를 제일 자주 쓴 것 같다”는 의견을 다수 찾아 볼 수 있었다.
종업원이 어릴 경우 ‘학생’을 쓰거나, 나이가 많아 보일 경우 상황에 따라 ‘선생님’ 혹은 ‘사장님’으로 호칭하면 서로 기분 나쁠 일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언어의 사회적·정서적 의미는 시대가 흐르면서 변화한다. 아가씨는 과거에는 경어로 쓰였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다.
아가씨 대신 종업원을 부르는 말로는 ‘여기요’나 ‘저기요’가 가장 보편적이고 무난한 걸까?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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