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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블론 몇 번 하니 하기 싫더라.”
SSG 김원형 감독은 현역 시절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보냈다. 그러나 쌍방울 시절이던 1999시즌 도중 잠시 마무리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확실히 마무리는 간혹 중간계투로 나갔던 것과도 달랐다는 게 김 감독의 회상이다.
김원형 감독은 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99년에 팀이 참 힘들었다(쌍방울 28승97패7무 승률 0.224, 매직리그 최하위). 팀에 마무리가 없어서 선발을 하다 생각 없이 마무리를 했다. 블론세이브를 몇 번 하니 하기가 싫더라. 다시 선발을 시켜 달라고 했다”라고 했다.
마무리의 무게감은 8회 셋업맨과도 다르다는 걸 느꼈다. 마무리는 자신이 무너지면 뒤가 없고, 팀은 패배로 이어진다. 김 감독은 “팀이 이기는 경기가 거의 없었다. 3~4번 지고 한번 이기는데 그때 내가 나가서 팀이 지면 그게 참 부담이 됐다”라고 했다.
결국 당시 김성근 감독은 김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선발로 돌아갔지만, 복귀전서 큰 부상을 입었다. 1999년 7월10일 대전 한화전서 장종훈의 타구에 얼굴을 강타 당해 한동안 크게 고생했다.
김 감독도 이젠 웃으며 그날을 돌아볼 수 있다. “지나고 나니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구나’ 싶다. 다시 선발로 돌아간 뒤 마음을 잘 써야 하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농담이 섞인 말이지만, 마무리의 무게감은 남달랐으며, 그래도 마음을 먹기에 따라 충분히 잘해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SSG는 올 시즌 세 번째 마무리투수를 맞이했다. 김택형이 개막전 마무리로 출발했다. 그러나 5월 중순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했다. 이후 서진용이 ‘임시 마무리’로 안착했다. 서진용이 맹활약하며 ‘임시’라는 꼬리표를 뗐다. 김택형은 셋업맨으로 이동했다.
서진용은 약 3개월간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8월 말부터 다소 흔들렸다. 결국 최근 김원형 감독은 마무리를 문승원으로 교체했다. 문승원은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후반기에 불펜으로 복귀했다. 물론 전문 마무리는 처음이다.
김 감독은 그래도 문승원이 잘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승원이에게 강조한 건 없다. 마무리를 처음 하지만, 본인도 8~9회가 다르다고 느끼고 있다. 쉽게 보직을 변경한 건 아니다. 마무리는 불펜에서 가장 좋은 투수에게 맡겨야 한다. 이제 던지는 걸 보겠다”라고 했다.
실제 문승원은 6일 잠실 LG전서 2점 앞선 9회말에 등판, 약 4년만에 세이브를 챙겼다. 제법 터프한 상황이었으나 셋업맨 역할을 할 때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상승세의 LG를 5경기 차로 밀어낸, 매우 의미 있는 세이브였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특히 2일 NC전과 3일 키움전서 시즌 처음으로 연투했으나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았다. 김 감독 말대로 문승원이 세이브 상황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 승부수가 시즌 막판 SSG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승원은 “마무리로 등판했으니 방망이에 안 맞추고 잡으려고 했다. 제일 안전한 게 삼진이다. 계속 전력으로 투구하다 보니 커맨드가 미숙하긴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무리든 중간이든 똑같이 공을 던지는 것이다.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김원형 감독(위), 문승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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