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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환섭 볍무연수원장. /유튜브 YTN뉴스 영상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7일 검찰을 떠나면서 “정치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 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여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현재 정치적 상황과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 닥칠 위기는 조직의 존폐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가올 위기를 늘 해온 대로 대응하거나 가만히 앉아있으면 결과는 예상대로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정치권에서 논쟁이 된 사건을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각돼 더 심한 정쟁의 소재가 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 그 결과 검찰의 명성과 신뢰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곤 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는 정치 쟁점화한 사건 속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원장은 그 해법으로 무작위로 시민을 뽑아 검찰시민위원회를 꾸린 뒤 수사 전 단계에서 판단을 구하고, 조사 과정에도 참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사가 종결된 후에는 위원회가 백서를 발간해 수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절차나 재판이 끝난 후에는 기록을 모두 공개하자고도 했다.
그는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책이 없다”며 “사건 처리 기준과 그 처리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여 원장은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더는 권력이 검찰을 도구로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도 통하지 않을 것이며,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빠지지 않고 권력투쟁의 재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 원장은 2013년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 1500원 인상안이 부정적 여론 탓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반면, 지난 정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쉽게 통과한 것을 비교하며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이 국민들 호주머니 속 천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는 말”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갖지 말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이 모여야 언젠가 국민이 검찰을 주머니 속 천원짜리 한 장의 존재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 원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검찰 내에서도 인정하는 특수수사 전문가다. 그는 옛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면서 많은 권력형·기업 비리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대검 대변인,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대구지검장, 광주지검장, 대전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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