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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리멤버' 주역 이성민이 진솔한 입담을 뽐냈다.
이성민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6일 신작 '리멤버'(감독 이일형) 개봉을 앞두고 만나, 이와 관련 에피소드들을 들려줬다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캐나다·독일 합작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2020)를 원작으로 했다. '검사외전(2016) 연출, 각본을 맡은 이일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성민은 극 중 80대 노인 필주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필주는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사라지기 전 가족을 앗아간 친일파들에게 60년을 계획한 복수를 완성하려는인물. 이에 이성민은 검버섯, 주름 등 실제 나이를 잊게 만드는 완벽한 노인 분장과 느린 걸음걸이, 구부정한 자세, 쉰 목소리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이날 이성민은 '리멤버' 출연 이유에 대해 "이야기 구조가 그 시대를 겪은 할아버지와 그 시대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현재의 청년과의 동행, 그 지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현시점에서 '지나간 얘기를 아직까지 해?' 하는 아쉬움을 보완해 주고 극복하는 이야기라 끌린 거다. 또 60년 동안 쌓아온 한을 80대 노인 입장에서 연기할 때 어떤 식으로 표현될까, 그런 지점도 새로운 시도라서 연기 목표에 대한 기대감이 들고 굉장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 작품을 준비하고 찍을 때도, 개봉 때쯤 돼서도 '또 이런 영화야?'라는 소리가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었다. 근데 '리멤버'는 할아버지와 청년의 동행을 통해 화합하고 화해하는 가치를 말한다. 공교롭게도 근래에 정치계에 이러한 친일파 이슈가 있었고 아직도 여전히 우리 영화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 부분에 대한 작지만 메시지를 주는 게 '리멤버'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짚었다.
80대 노인 캐릭터를 완벽 소화한 비결에 대해선 "관객분들의 몰입에 방해되지 않게 이질감 없이 표현하는 것, '리멤버'에 놓인 과제였다. 그래서 더더욱 테스트를 많이 했고 많은 준비를 하며 리얼하게 보이도록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이성민은 "어떤 식으로든 나보다 오래 사신 분들을 공경해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리멤버'를 찍으며 든 생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이성민이 극 중 필주처럼 기억을 잃어간다면 끝까지 붙들고 싶은 기억은 무엇일까. 이성민은 "배우였다는 걸 기억하고 싶다. 물론, 가족이 가장 소중하지만 그 기억은 마지막까지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천생 배우다운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제가 스무 살에 처음 극단을 찾아갔고 55세인 지금까지도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냥 나로서 산 시간보다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산 시간이 더 많을 거다. 그것이 나도 모르게 내 삶이 되었고 그래서 내 옷을 입고 사는 것보다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사는 게 더 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단 영화, 드라마뿐만 아닌 연극할 때도 거의 쉰 적이 없었다. 일이 없어서 쉰 적은 있어도. 연극도 진짜 많이 했다. 그것이 이미 내 삶이 되었다. 그냥 현장이 좋고 편하다"라고 터놓았다.
후배 남주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성민은 "남주혁은 처음부터 좋았다"라며 "이전에 친분은 전혀 없었다. 근데 남주혁 말로는 예전에 시상식장에서 저한테 와서 인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라고 얘기했다.
이어 "남주혁 나이가 그렇게 어린 줄 몰랐다. 워낙 듬직해 보여서. 임시완이랑 비슷한 나이대로 봤는데 훨씬 더 어리더라. 그럼에도 (임)시완이 보다 (남)주혁이가 더 듬직하게 느껴졌다. 시완이는 지금 봐도 애 같다"라고 두 후배를 향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성민은 "남주혁은 워낙 맑은 아이, 경계심이 별로 없는 아이라 너무 편했다. 제가 뭘 하자고 해도 이견이 없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영화를 보다가 '주혁이가 참 잘했구나, 고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멤버'는 필주의 동선을 따라가긴 하지만 관객이 필주에게 몰입하게끔 만드는 건 인규 역할이었다. 인규가 관객들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지점에 있어서 남주혁의 연기가 뛰어났다. 되새겨보니 현장에서도 주혁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그 키 크고 잘생긴 애가 평범한 20대를 연기한 것도 정말 대단하다. 남주혁이 '리멤버'를 통해 분명 좋은 성과를 얻을 거 같다"라고 치켜세웠다.
뿐만 아니라 이성민은 남주혁이 12월 현역 입대를 앞둔 만큼 "무조건 건강하게, 무사히 복무를 마치는 게 중요하다"라는 따뜻한 조언도 건넸다.
화제를 모았던 '월드 스타'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특별출연 비하인드 스토리도 이야기했다. 이성민은 "제가 비교적 늦게 미팅을 했는데, 이정재 감독님 얼굴이 다 뒤집어져 있었다. 촬영이 임박할 때쯤이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아, 이게 감독의 무게감이구나' 싶었다. 현장에서도 모니터 확인하고 자기 연기 준비를 동시에 하느라 계속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절대 안 해야지'라는 생각이 거듭 들더라(웃음). 이정재 감독님이 굉장히 고생했을 거다. 정말 저걸 어떻게 해내지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셨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는 11월 18일 첫 방송을 앞둔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일극 '재벌집 막내아들'도 언급했다. 이성민은 극 중 순양그룹 총수이자 황제로 군림하는 진양철로 분해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 역의 송중기와 호흡을 맞췄다.
이성민은 "송중기랑 너무 함께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다"라며 "촬영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만큼 결과물도 괜찮을 거 같다. 뭔가 품위 있는 작품으로 나오길 저도 기대한다"라고 밝혀 기대감을 더했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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