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키움 이지영의 빨줄 같은 타구에 SSG 1루수 오태곤이 점프를 했고 공은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2022 한국시리즈 우승이 SSG 랜더스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SSG 선수들은 마운드 위로 뛰어올라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많은 선수들이 뒤엉킨 상황 속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추신수와 김강민이었다.
두 선수는 마운드로 뛰어 올라가 가장 먼저 포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시즌 내내 묵묵히 팀을 이끌던 두 베테랑 선수들이 연신 눈물을 흘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 곁에 있던 후들도 함께 울었고 박수치며 기뻐했다.
40세 동갑내기 추신수와 김강민은 한국시리즈에서 1번 타자와 결정적인 순간 분위기를 바꾸는 대타 게임 체인저로 우승에 일조했다. 이들은 큰 경기에 왜 경험 많은 노장이 필요한지 확실히 보여줬다.
추신수의 한 베이스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꾼 김강민은 SSG 랜더스의 보물 같은 존재였다.
한국시리즈에서 8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 3득점 타율 0.375 OPS 1.500로 시리즈 MVP를 받은 김강민은 "나이가 많아서 동정표를 얻은 것 같다"며 웃은 뒤 "은퇴하기 전까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는데, 모든 것을 다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유니폼을 입고 야구할 것이다. 후배들과 뛰면서 우승이라는 목표가 생겼다"라며 내년 시즌도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
2002년 SK에서 데뷔한 김강민은 2007년 팀의 첫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총 5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 한 '원 클럽 맨'이다. 하지만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16년간 뛰면서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우승이 아니라 가을야구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 뒤 생애 첫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봤다. 이번 한국시리즈서 타율 0.320 4볼넷 6득점으로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우승에 기여했다.
두 선수 모두 40세 불혹의 나이로 KBO 최고참 선수들이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젊었을 때보다 운동능력이 떨어진 건 맞다. 그러나 공수에서 4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고, 더그아웃에서는 후배들과 부대끼며 스스럼없이 스킨십하며 어울린다. 40대 베테랑 듀오는 여전히 30대 후배들만큼의 경쟁력을 뽐낸다.
선수들은 적어도 나이에 떠밀려 눈치를 보며 은퇴하면 안 된다. 세대교체한다는 명목하에 노장 선수들을 버렸다면 SSG는 우승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베테랑 선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SSG는 이렇게 신구 조화를 이루며 창단 2년 만에 쓱 하고 통합우승을 이뤘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가장 먼저 서로를 부켜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추신수와 김강민.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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