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022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다.
카타르 월드컵 앞에는 월드컵 역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었다. 최초의 중동 월드컵, 최초의 겨울 월드컵, 역대 최대 비용이 들어간 월드컵. 그리고 월드컵 개최 과정에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월드컵 역시 최초다.
카타르 월드컵의 시작은 돈으로 축구를 살 수 있다는 '오만'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원 부국인 카타르는 국격을 높이기 위해 월드컵 개최를 시도했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다. 카타르 월드컵 개최 비용은 2290억달러(약 308조) 정도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개최 비용이 116억달러(약 16조)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최고의 인프라를 완성했다. 그라운드에 에어컨이 나오는 최첨단 경기장부터 없었던(월드컵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 없는) 지하철도 깔았다. 휘황찬란한 마천루는 덤이다. 카타르는 세계 축구팬들을 초대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카타르가 간과한 것이 있다. 축구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위대한 것들을 외면했다.
바로 축구 문화다. 이는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축구팬들의 심장이 뛰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오랜 시간 녹아들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축구 문화가 곧 그 나라 축구의 역사다. 축구 선진국의 뜨거운 축구 문화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돈으로 역사를 살 수 없다. 카타르는 이 부분을 놓쳤다.
월드컵의 열기는 자국민들의 열기가 기본이 돼야 한다. 그다음 해외의 열기가 동참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카타르 국민은 축구를 크게 즐기지 않는다. 인구의 10% 정도가 카타르 국민이다. 카타르 정부가 지원하는 모든 혜택을 누리는, 부자 국민인 셈이다.
기자가 과거 카타르 축구 현장을 다닐 때마다 축구장은 텅텅 비었다. 축구에 대한 큰 애정이 없을 뿐 아니라 부자 국민은 야외 활동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굳어진 이런 분위기가 월드컵 개최 한 번으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부자 국민에게 돈으로 카타르 열기를 요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머지 90%에게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데,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카타르로 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카타르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될 리 만무하다.
카타르 내에서 월드컵 열기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외국에서 열기를 사와야 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힘들다. 카타르 월드컵은 월드컵의 정체성을 잃어 버린 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의 정체성 역시 돈으로 살 수 없다. 세계 모든 인구가 하나가 돼, 평화적으로, 자유롭게, 평등하게, 정정당당하게 즐기는 것이 월드컵이다. 인구의 화합을 위한 축제인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이런 정신을 따르지 못했다.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 등 인권침해 문제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을 외치고 있다. "월드컵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유명 축구인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또 맥주 없는 월드컵을 강요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열기를 사 오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돈으로 축구를 살 수 있다는 카타르의 오만은 개막전부터 '불협화음'을 냈다.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 카타르가 무기력한 플레이로 전반전 0-2로 뒤지자, 수천명의 팬들이 하프타임에 경기장을 떠났다. 이런 일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외신들이 경기 결과보다 이 모습에 더욱 집중한 이유다.
카타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경기력도, 승리도, 팬들도 가져오지 못했다. 돈으로 산 카타르 월드컵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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