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각)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합숙훈련을 시작했다. 28일까지 훈련한 뒤 서울 고척스카이돔, 일본 오사카를 거쳐 결전의 장소 일본 도쿄돔에 들어간다.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신분이 되자 KT 스프링캠프 기간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일부 공개했다. 두 가지다. 승부치기와 투수의 세 타자 상대 규정이다. WBC 규정상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10회부터 승부치기를 한다. 무사 2루에서 시작하는데, 2루 주자로 발이 빠르지 않은 1루수 박병호나 강백호가 들어가야 한다면, 대주자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게 이강철 감독 생각이다.
그렇다면 해당 이닝 공격 후 수비를 할 때 대체 1루수가 필요하고, 1순위가 김현수라는 게 이 감독 견해다.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대표팀 합류 불발이 확정됐고, 박병호와 강백호가 모두 교체되면 김현수가 1루 수비를 맡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실제 이날 김현수는 1루에서 타구를 받으며 1루 수비훈련을 소화했다. 이 감독은 웃으며 “김현수 1루수, 잘하네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은 박해민도 시켜봐야겠다”라고 했다. 대표팀이 말 공격을 할 때 승부치기로 끝내기 승리를 하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지만, 초 공격일 때 승부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감독은 “후공이 좋을 듯”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올 시즌 LG에서 1루수를 맡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거포 유망주 이재원을 주전 1루수로 쓰고, 김현수와 홍창기를 좌익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활용할 계획이다. 이재원이 1루수로 불안할 경우 김현수가 아닌 김민성 등 플랜B도 마련한 상태다.
LG에서 1루수 알바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김현수가 정작 WBC라는 중요한 무대서 1루수를 맡을 가능성이 생겼다. 김현수의 1루 수비가 LG에서도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대표팀의 단기전은 항상 만약의 경우가 생긴다. 수비의 중요성은 엄청나다.
또 하나. 투수 한 명이 최소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규정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스피드업 차원에서 원 포인트 릴리프를 없애기로 하면서 만든 규정이다. 올 시즌 적용에 앞서 WBC서 시범 적용된다.
이 감독은 “제일 머리 아픈 규정이다. 제구력이 부족한 투수가 나가서 세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면 어떻게 하나. 승부치기보다 더 어렵다”라고 했다. 고민 끝에 이 감독이 내놓은 묘수는 제구력이 불안한 투수의 ‘1사 혹은 2사 등판’이다. 이 감독은 “이닝이 교대도면 세 타자를 상대하지 않아도 교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이곳에서 KT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면서도 대표팀 고민을 이어왔다.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실감 나네요”라는 이 감독의 말을 통해, 그의 고민의 결과를 확인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김현수. 사진 = 투손(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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