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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제발 아낄 걸 아껴라… 미래가 없어 떠난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이 사직서를 내기 전 사내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을 쓴 사실이 알려졌다. 이 승무원은 자사 고객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며 물 제공, 기내식, 어메니티(편의용품), 인력 운용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스사사)’에는 “대한항공 승무원이 사직서 내면서 사내게시판에 쓴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승무원이 사직 각오하고 사내게시판에 쓴 글’이라는 제목 등으로 빠르게 퍼졌다.
이 글의 작성자는 “친구가 승무원인데 제가 만날 때마다 외항사와 서비스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징징거렸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이런 글이 올라왔다고 보여줬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올려본다”며 대한항공 승무원 A씨가 쓴 글을 올렸다.
전해진 글에서 A씨는 “요즘 비행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점점 알게 되는 현실에 더 이상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사직서 쓰기 전에 올려본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승객에게 제공되는 물에 대해 “중거리 이코노미 (고객에게) 물 330㎖ 주는 게 그렇게 아깝냐. 이륙 전부터 물 달라고 하는 통에 이륙준비 하랴, 물 나가랴 정신이 없다 진짜. 장거리 때도 330㎖ 하나 겨우 세팅해놓고 최소 10시간 넘는 장거리 승객당 엑스트라(추가)로 한 병씩 더 못줄만큼 실어주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이코노미, 중거리 노선 비즈니스 이상 승객들에게만 330㎖ 생수를 제공한다. 추가로 생수를 요청하면 승무원이 종이컵에 물을 따라서 주는 방식이다.
A씨는 “외국인 승객이 와서 물 한 병만 더 달라는데 없어서 컵으로 주겠다고 하니까 당황하더라. 결국 빈 통에 물 담아 달래서 담아주는데 얼마나 민망한지. 다른 승객은 물 종이컵에 두세 잔씩 가져다 줬는데, (승객) 본인이 미안하다고 1.5ℓ 물병 그냥 달라 하는데 그것도 그 사람 주면 다른 사람들도 다 달라 하니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 진짜 어이가 없다”고 했다.
기내식에 대해선 “코로나 이후 기내식 양도 줄고 맛도 없어진 거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며 “남성 승객들은 양이 적다면서 하나 더 달라 하는데 요즘 기내식수가 승객수에 딱 맞게 실어줘서 더 줄 것도 없다. 기내식양 늘리고 퀄리티 신경 좀 써라”고 쓴소리를 했다.
어메니티에 대해서도 “비즈니스는 진짜 내가 승객이어도 갖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중거리 노선 비즈니스는 왜 어메니티 안 주냐. 티켓값은 외항사보다 더 받으면서 수준은 점점 떨어지는지”라고 했다.
A씨는 승무원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도 형편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코노미 노선 크루(승무원)들 요즘 장거리마다 남은 음식 샐러드만 있어서 그거 먹거나, 아니면 각자 김밥이나 대체품 싸서 비행 다니는 거 아냐. 10시간 넘는 비행에 샐러드나 라면 먹고 비행하는 게 힘들어서 식사 가지고 다니는 후배들 보면 아무 생각 없으시냐”라고 했다.
A씨는 기내식이 부족하면 승무원들이 먹는 크루밀(승무원 기내식)을 승객에게 제공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크루밀은 크루먹고 승객들 주지 않는 게 당연한 건데 이마저도 안 지키는 이곳의 현실이 참담하다”며 “다른 항공사들은 크루밀 외에 크루 간식도 실린다는데 여긴 오히려 내 몫인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하는 현실. 노예도 밥 주면서 일 시키는 건데. 더 이상 미래가 없어서 저는 떠난다. 나가는 입장에서 위에 경영진이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싶어서 써봤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글에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측은 “기본적으로 생수 330㎖를 제공하고, 이후에 물을 요청하면 종이컵에 따라준다는 내용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을 부족하게 준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승무원 식사를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며, 기내식이나 어메니티의 질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나온 이야기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마일리지 문제로도 논란이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는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오는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단거리는 유리해지고 장거리는 불리해지는 방식이다. 다수 고객은 단거리 구간에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고, 장거리를 갈 때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쓰고 있어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직접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우선 전체 좌석의 5% 안팎인 마일리지 좌석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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