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K리그판 조제 무리뉴 감독의 등장일까.
광주FC는 지난 5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라운드에서 0-2로 패했다. 광주는 개막전에서 수원 삼성을 1-0으로 꺾었지만 첫 홈경기에서는 패하며 승점 3점(1승 1패)에 머물렀다.
광주는 전반전을 압도했다. 지난 시즌부터 팀을 만든 이정효 감독의 축구가 완벽하게 구현됐다. 활동량을 앞세운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서울을 괴롭혔다. 전반 막판에는 엄지성이 완벽한 돌파로 득점까지 터트렸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으로 산드로의 파울이 선언되면서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전에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서울은 박동진·윌리안·한찬희를 투입하면서 변화를 줬다. 광주는 엄지성이 2분 만에 연속해서 경고를 받으며 후반 10분에 퇴장을 당했고, 수적 열세에 놓였다. 서울은 이후 경기를 주도했고 오스마르와 박동진이 연속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이 감독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 감독은 “아쉬움보다 분하다.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게 졌다는 게 제일 분하다. 선수들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광주 같은 색깔을 가진 팀이 결과도 가져와야 한다. 납득이 안 가는 패배다. 물론 서울과 안익수 감독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역대급 수위의 인터뷰였다. 이 감독은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했지만 ‘광주의 축구가 서울보다 뛰어났다’는 뉘앙스는 감추지 못했다. 솔직함을 넘어선 독설 수준의 발언인 건 분명했다. 당연히 서울 팬들은 분노했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모습을 지적했다.
서울 선수들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부주장 임상협은 경기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광주전 승리 사진과 함께 “일 년 동안 경기하면서 매번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오늘처럼 끈끈하게 버틴 선수들 최고.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라고 남겼다. 또한 황의조도 “This is football”이라는 댓글로 대응했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 K리그2에서도 확실한 전술적 특징과 인터뷰 스타일을 고수했다. 자신의 생각을 여러 차례 거침없이 밝혔다. 올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수원 팬들 앞에서 광주의 축구를 보여주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달라졌지만 과거 거침없는 인터뷰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무리뉴 감독과 유사하다.
축구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이 감독의 인터뷰는 2부리그에서도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이번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하지 못한 기분을 솔직하게 표현한 모습이다”라고 했다.
다만 “서울 팬들과 선수들의 반응도 이해가 간다. 서울은 안익수 감독이 오면서 ‘익수볼’이라는 이름으로 패스 축구를 지향했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팬들의 불만이 커졌고 올시즌에는 결과를 위해 약간의 변화를 줬다. 서울 팬들은 그동안의 과정이, 선수들은 경기에 대한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두 팀의 다음 대결이 뜨거워졌다”고 덧붙였다.
올시즌 K리그는 유독 인터뷰로 불이 붙고 있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전북 현대로 떠난 아마노 준을 향해 “최악의 일본인 선수”라고 비난했고 윤빛가람(수원FC)은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을 향해 “제가 제주에 있을 때는 왜 소통을 못하셨을까 하는 마음”이라며 원망했다.
인터뷰 전쟁은 울산과 전북, 수원FC와 제주를 넘어 이제는 광주와 서울로 이어졌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임상협 SNS]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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