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내 투수 리드 잘못이 크다"
양의지는 9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호주와 맞대결에 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유일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양의지는 끝내 웃지 못했다.
양의지는 지난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 등 수차례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무대에서 KBO리그 최고의 포수의 면모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양의지는 첫 국가대표로 출전한 프리미어12에서 타율 0.231(13타수 3안타)에 머물렀고, 2017년 WBC에서도 타율 0.222(19타수 2안타)에 그쳤다. 본격 주전으로 대표팀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는 등 대표팀 통산 성적이 타율 0.169(83타수 14안타) OPS 0.526에 불과했다.
양의지는 WBC 대표팀으로 발탁됐을 때부터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양의지는 지난 6일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7일 한신 타이거즈 1군과 맞대결에서는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좋은 기세가 도쿄라운드 첫 경기까지 이어졌다. 양의지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뜬공을 기록했다. 양의지만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 타선은 4회까지 호주 마운드를 상대로 '퍼펙트'로 묶였다. 그리고 고영표가 2점을 내주게 되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는 떨어지고 조급해 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타선은 5회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5회말 공격에서 김현수가 볼넷으로 물꼬를 튼 후 박건우가 첫 안타를 터뜨리며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다. 호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투수를 교체했다. 그러나 이때 최정이 이렇다 할 힘도 쓰지 못한 채 삼진으로 물러나며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그러나 '곰의 탈을 쓴 여우' 양의지는 침착했다. '해결을 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는 호주의 다니엘 맥그레스의 3구째 체인지업 실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국제대회 8년 만의 홈런. 양의지 또한 타격 이후 홈런임을 직감한 듯 주먹을 힘껏 쥐며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양의지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은 4-2로 앞선 7회 김원중의 3구째 134km 포크볼이 떨어지지 않는 밋밋한 볼이 돼 역전 3점 홈런이 됐고, 8회에는 양현종의 초구 143km 몸쪽 높은 직구가 다시 한번 3점포로 연결됐다. 두 번 모두 실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의지는 자신을 탓했다.
7-8로 호주에 패한 뒤 양의지는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데, 점수를 너무 많이 줬다. 내가 투수 리드를 잘못한 것이 크다. 수비에서 볼 배합이 몇 가지가 잘못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남은 경기는 끝까지 최선,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남은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는 것이 최우선. 양의지가 10일 '숙명의 한일전'에서 김광현과의 환상의 호흡을 통해 숙였던 고개를 들 수 있을까.
[양의지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호주의 경기 5회말 1사 1.2루서 3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