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PD, 마침내 입 열었다 "신동엽 '동물농장' 하차 논란 죄송…AV 미화는 아냐"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정효민, 김인식 PD가 '성+인물: 일본 편'과 얽힌 잡음에 직접 입을 열었다.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 편'을 공동 연출한 정효민, 김인식 PD를 만났다.

지난달 25일 방영을 시작한 '성+인물: 일본 편'은 방송인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총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일본 편에 이어 대만 편도 올해 베일을 벗는다.

두 진행자는 '성+인물: 일본 편'에서 일본 성인용품점에 방문해 성인 VR(가상현실)을 체험하고 남녀 AV(실제 성행위를 포함한 성인 비디오 촬영물) 배우들과 감독을 대면한다.

이 프로그램 속 AV 배우들은 끊임없이 성적 은어, 비속어를 쏟아낸다. 자연스럽게 '성+인물: 일본 편'에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붙었다. 뿐만 아니라 신동엽, 성시경은 자위 기구 전문 회사를 찾아 자위 기구를 가깝게 접하고 '호스트 클럽'에 방문하기도 한다. 'AV 여배우 3인' 편에는 더욱 높은 수위의 발언이 담겼다. 여성 AV 배우들이 AV 업계에 발 들인 계기부터 촬영장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전한다.

낯선 시도가 이목을 끄는 한편 '19금 예능'에 출연한 신동엽이 교양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신동엽의 SBS 'TV 동물농장'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대만 편 촬영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다는 정 PD는 "반응을 틈틈이 꼼꼼히 잘 봤다. 대만 촬영을 하면서 반응을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고 했고 김 PD는 "다양한 반응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낯설게 여기기도 하고 익숙하게 여기기도 하더라"라고 보탰다.

대만 편에는 'LGBT(성소수자)'와 '성 박람회' 등이 담길 예정이다. 정 PD는 "대만은 아시아 최초 동성혼이 합법화됐다. 대만에 사는 평범한 게이, 레즈비언 부부와 육아를 할 생각이 있는 부부도 만났다"며 "대만 성 박람회도 있다. 부모와 자식이 관객으로 오고 부부나 연인도 오더라"라고 귀띔했다.

정 PD는 '성+인물: 일본 편'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입장을 밝혔다. 프로그램이 공개된 지 딱 일주일 만이다. "AV는 일본에서 굉장히 주류다. 1조 원에 가까운 시장이다. 일본이 편의점의 나라로 불리는데 편의점 산업과 맞먹는다"고 운을 뗀 정 PD는 "성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는 명과 암이 있다. 명과 암이 두드러지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일부 암이 있다고 이 분야를 전혀 다룰 수 없는 걸까. 전통적인 길을 걸어오고 소신이 있는 인물을 만나야 최대한 우리가 궁금해하는 흐름에 맞게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접근했다"고 짚었다.

신동엽의 'TV 동물농장' 하차 요구 논란을 놓고는 "다양한 성 담론이 터져 나오는 건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MC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신동엽에겐 너무나 죄송한 일이 돼버렸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 생방송도 아니고 편집을 거치는데 신동엽의 'TV 동물농장' 하차로 이야기가 나와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성+인물: 일본 편'에서 한 여성 AV 배우는 "인간에게는 3대 욕구가 있다. 식욕은 밥 먹으면 배부르고 수면욕은 많이 자면 건강해지고 성욕은 후련해지면 위로도 되고 만족스럽다"며 AV 배우를 '성욕 충족을 도와주는 직업'이라 말한다. 해당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한국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AV를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 PD는 "미화한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며 "본인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목은 '성'과 '인물'을 더한 '성+인물'이다. 솔직한 성 담론으로 화제를 모았던 토크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 출신 정 PD는 "성은 예민하지만 모두가 관심 갖는 분야다. 조심스럽지만 성이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알렸다.

"성인들이 '사회에는 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하고 성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 있구나'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면서 만들었다"며 "'마녀사냥' 이후 10년간 성에 대한 화두를 던질 예능 프로그램이 적었다. 논의는 예능이 화제성을 갖기 시작하면 교양, 시사에서도 다뤄진다"고 '예능의 순기능'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건 불법의 영역인데 AV를 보는 건 불법이 아니다. 일본에선 AV를 제작하는 게 합법"이라며 "일본에선 AV가 성인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종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무엇인지 생각했다.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기보다 어떤 소신과 직업적 소명감을 갖고 일하는지 최대한 중립적으로 존중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정 PD는 '마녀사냥'에서 호흡한 신동엽, 성시경과 '성+인물: 일본 편'으로 재회했고 김 PD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를 통해 성시경과 합 맞춘 바 있다. 정 PD는 "'마녀사냥' 당시엔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다. MC들의 입을 통해 표현하는 게 역할이었다면 이번엔 생각을 드러내기보다 타국에 가서 문화적 특성, 직업에 대한 소신을 최대한 솔직하게 끌어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또 "신동엽이 생각보다 소위 말하는 '야한 드립'의 빈도나 강도가 세지 않다. 주도적으로 끌고 가거나 상당 부분을 할애하진 않는다. '굿리스너'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성+인물: 일본 편'을 공동 연출한 정효민, 김인식 PD. 사진 = 넷플릭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