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디즈니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의 눈이 촉촉해졌다. ‘엘리멘탈’을 만드는 도중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다. ‘굿 다이노’(2016)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30일 CGV용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모님의 고국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소감을 전했다. “영광이라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부모님은 한국서 자랐어요. 그분들로부터 받은 애정과 사랑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었죠. 이렇게 한국에 와 있으니 기분이 남다릅니다.”
'엘리멘탈'은 불·물·공기·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
지난 27일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이 영화는 “역대 최고의 픽사 작품!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가슴을 울린다”, “근래뿐만 아니라 모든 픽사 작품을 통틀어서 최고의 작품. 여러분을 울게 할 가슴 따뜻한 이야기”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굿 다이노’가 개봉하고 난 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더니, 초청을 해줬어요. 객석에 부모님과 동생이 앉아 있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때 제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북받쳤어요.”픽사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뉴욕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그들은 “그게 바로 네 영화야”라고 했다. ‘엘리멘탈’의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뉴욕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이해할 정도로 공감 능력이 뛰어났다. 어머니는 1945년생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 피난 당시 조부모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살피느라 피터 손 감독의 어머니를 챙기지 못했다. 어머니는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예술가 기질이 있었지만, 자식을 부양하느라 참고 살았다. 피터 손 감독은 나중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극중에서 웨이드가 많이 우는데, 저도 눈물이 많아요. 어머니와 함께 K드라마를 보며 많이 울었죠.”
그는 ‘엘리멘탈’에 미국에서 차별 받았던 경험을 녹여냈다. 피터 손 감독은 “100% 한국인 피를 갖고 있지만 미국에서 성장했다”면서 “차별을 겪으면 처음에 놀란다. 자라면서 많이 겪게되면 정체성을 이해하게 된다. 내 안의 어떤 요소들이 나를 규정하는가를 반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본 주기율표에서 영감을 떠올렸다. 주기율표는 아파트에서 사는 가족들 같았다.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인 물, 불, 흙 공기 네 가지 원소로 결정하고, 거기서부터 가지치기를 하며 이야기를 구상했다.
물과 불을 어떻게 캐릭터로 만들지가 관건이었다. 물로 이루어진 웨이드의 팔이 불로 인해 끓어오를 때 어떻게 그릴지, 엠버의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어떻게 표현할지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통해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특히 엠버의 내적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는데 중점을 뒀죠.”
이채연 애니메이터 역시 “엠버를 구현하기 위해 불의 일렁임을 연구했고, 웨이드를 만들기 위해 젤리와 탱탱볼처럼 보이지 않게 노력했다”면서 “모든 원소들이 항상 움직여야 했는데, 그것이 도전 과제였다”고 설명했다.‘엘리멘탈’은 이민 2세대로 차별을 겪으면서도 부모님의 사랑 속에 성장해 꿈을 잃지 않고 결국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이 된 피터 손이 다양성의 시대에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낸 영화다. 역대 픽사영화 가운데 한국적인 정서를 처음으로 담아낸 이 작품이 한국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6월 14일 개봉.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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