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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지난 2021년 3월 주안 라포르타가 바르셀로나 제41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바르셀로나 회장을 하다 떠난 후 다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첫 번째 임기 시절에는 부정할 수 없는 바르셀로나 황금기 주역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전부였던 리오넬 메시를 탄생시켰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선임하며 부흥기 시작을 알린 회장이었다. 많은 바르셀로나 팬들의 찬사를 받은 회장으로 기억됐다.
하지만 두 번째 임기가 시작하면서부터, 라포르타의 위상은 깎이기 시작했다. 특히 바르셀로나 팬들의 신뢰를 잃은 결정적 계기는, 행동보다 앞서는 '말' 때문이었다.
라포르타가 선거 운동을 하면서 내건 첫 번째 공략. 메시의 잔류였다. 그리고 당선된 후 공개한 첫 번째 약속 역시 메시의 잔류였다. 결과는? 메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라포르타의 신뢰는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또 재정적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약속 역시 아직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다.
메시가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고 다음 행선지를 물색하고 있을 때, 라포르타의 혀는 또다시 최전방으로 나섰다. 메시를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또 행동 없이 말부터 내세웠다. 결과는?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아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로 간다.
언론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메시와 모든 오해를 풀었고, 메시의 에이전트인 메시의 아버지와도 화해를 했다는 말. 메시 역시 바르셀로나 복귀를 원하고, 바르셀로나는 모든 준비를 했다는 말. 모든 것이 사실과 달랐다.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행이 확정된 뒤 라포르타가 가진 현지 언론과 인터뷰. 세치혀의 절정을 보여줬다. 그는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로 간 것은 바르셀로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 눈에 보인다.
인터 마이애미행은 전적으로 메시의 선택이었으며, 바르셀로나와 자신의 불찰이 아니라고 외쳤다. 최선을 다했으나 메시가 거부했다는 결론이다. 결론은 메시탓이다.
그러면서 정말 '쓸데없는 말'을 했다. 메시와 MLS를 모두 비하하는 말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 영입에 모든 동의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모든 것은 때가 있고, 때로는 리듬이 다르다.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계약은 합의가 됐다. 하지만 그때 메시의 아버지는 나에게 '메시가 파리에서 2년 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메시는 많은 고통을 겪었다. 메시는 이제 부담이 덜한 리그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메시의 의지와 열정, 축구에 대한 메시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MLS가 유럽 5대 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팩트다. 그렇지만 리그 내 경쟁심, 리그 내 치열함, 리그 내 압박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MLS 모든 팀과 선수들은 우승을 위해, 한 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경쟁, 전쟁을 펼치고 있다.
라포르타의 말은 메시가 더 쉬운 리그, 더 여유롭게 축구할 수 있는 리그, 편하면서 큰 돈도 벌 수 있는 리그로 갔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는 MLS 전체를 모독하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MLS 경험이 있는 가레스 베일이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해 엄청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베일은 LA FC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마치 세상이 끝난 것과 같다. 당신은 십자가에 못을 박힌 것이다. 기분이 정말 좋지 않다. 집에 가서도 나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MLS는 패배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다. 유럽보다 지는 것을 더 잘 받아들인다. 게임에서 지면 자연스럽게 다음 게임으로 넘어간다. 확실히 MLS가 패배하는 것을 훨씬 더 잘 받아들인다."
이 발언이 퍼지자 MLS 관계자들과 팬들은 베일을 향해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MLS를 패배에 너그러운, 즉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절실함과 투쟁심이 없는 리그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LA 갤럭시·휴스턴 다이너모·인터 마이애미 등 현역 시절 대부분을 MLS에서 보낸 미국 대표팀 출신 AJ 데라가르자가 베일의 발언에 이렇게 대응했다.
"지는 것을 잘 받아들인다고? MLS에서 패배한 후 나, 나의 아내, 나의 아이들, 나의 부모님, 나의 친구들에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한번 물어봐라. 또 MLS 선수들은 당신처럼 높은 급여를 받는 선수들이 아니다."
인터 마이애미의 신임 감독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 역시 '부담이 덜한' MLS라는 시선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함께 한 경험이 있다. 그 누구보다 메시를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메시는 MLS에 놀러 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메시와도 이야기를 했다. 메시는 여유를 찾기 위해,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다. 일하고, 경쟁하고, 우승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런 의지가 메시의 핏속에 있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입에 발린 소리만 해대는 라포르타. 언제까지 바르셀로나 팬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최근 라포르타는 이런 약속을 했다. 과연 지킬 수 있는 약속일까.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뛰어난 팀이다.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유지할 것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할 수 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리오넬 메시, 주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 가레스 베일.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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