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여름시즌 최고의 범죄오락영화가 탄생했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 쾌감이 파도처럼 몰아치는 작품이다. 2000년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충무로 액션키드’가 된 류승완 감독은 ‘짝패’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을 거치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밀수’를 내놓았다. 액션 외에도 여러 인물이 얽히고 설켜들며 점점 밀수판이 커지는 플롯을 영리하게 설계한 이 영화는 김혜수, 염정아 등 모든 배우들의 케미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극한의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 먹고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는 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버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이자 절친인 진숙(염정아)을 끌어들인다.서울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에게 약점을 잡힌 춘자는 고향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장도리(박정민)와 세관의 실세 이 계장(김종수)과 얽혀들며 점차 위기에 몰린다. 칼끝이 목젖까지 가까이 오자 그는 다방마담 고옥분(고민시), 진숙 등 해녀들과 함께 반격에 나선다.
류승완 감독의 최대 장기는 ‘액션’이다. ‘밀수’에서도 가장 긴박한 순간에 그야말로 터져나온다. 그는 언제나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맞붙는 격투신에 장점을 발휘했다. 호텔 복도에서 칼, 망치 등 각종 연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리드미컬하면서도 격렬한 액션신을 부감샷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과연 류승완이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조인성의 비주얼을 가장 최적으로 구현한 점도 돋보인다. 좁은 호텔방에서 훤칠한 키를 이용해 적들을 제압하는 몸짓은 탄성이 절로 난다. 그리고 이 영화엔 조인성의 가장 매력적인 미소가 담겨있다.
바다 속에서 펼쳐지는 해녀들의 액션신 역시 이제껏 본 적이 없는 하나의 진경이다. 호텔 액션이 남성적이라면, 바다 액션은 여성적이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수중액션의 묘미가 후반부 극적인 흥미를 길어 올린다. 아무런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채 오로지 ‘연대의 힘’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해녀들의 이야기는 촘촘하게 구축된 플롯과 함께 숨을 쉬며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오락적 재미를 완성했다. ‘배신과 복수’의 기본적인 테마와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긴장감이 시종 쫄깃하고 팽팽하다.
류승완 감독은 그동안 ‘남자들의 거친 이야기’에 끌렸다. 그러나 ‘밀수’는 김혜수와 염정아를 비롯한 여성들의 ‘의리와 우정’의 서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언뜻 멜로처럼 보이기도 하는 두 배우의 워맨스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의 예상치못한 연기도 발군이다. 장기하 음악감독은 1970년대 유행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관객을 그 당시 ‘밀수’의 세계로 풍덩 빠뜨린다.
오랫동안 헤어나오고 싶어하지 않을 범죄오락액션의 시원한 바다가 관객을 기다린다.
[사진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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