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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내용만 놓고 본다면 올 시즌 투구 중 가장 좋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4이닝 연속 실점 위기를 맞았던 까닭. 하지만 시즌 4승 사냥 실패에도 불구하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제 몫을 다했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3연승을 질주했다.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투구수 83구,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4승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평균자책점은 2.93에서 2.62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지난달 2일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온 류현진은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25로 활약하며 3승(1패)를 쓸어담았다. 그리고 좋은 투구는 9월에도 이어졌다. 류현진은 콜로라도 로키스-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각각 5이닝 2실점, 텍사스 레인저스에게는 6이닝 3실점으로 역투하며,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8월과 달리 9월은 좋은 투구에도 불구하고 유독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다. 콜로라도와 맞대결에서는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고, 오클랜드와 텍사스전에서는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두 경기 연속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리고 이날 또한 승리를 손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티켓 확보의 가장 중요할 수 있었던 경기에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 빈약했던 타선. 하지만 든든했던 수비!
류현진은 경기 시작부터 엄청난 수비를 등에 업고 이닝을 출발했다. 류현진은 1회초 선두타자 세단 라파엘로와 맞대결에서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뒤 4구째 88.9마일(약 143.1km)을 던졌는데, 라파엘로가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는 우익수 방면을 향해 뻗어나갔다. 맞는 순간 안타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 여기서 호수비가 나왔다.
라파엘로의 안타성 타구에 우익수 캐반 비지오가 '슈퍼 다이빙 캐치'를 통해 타구를 건져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타구가 빠졌다면, 발이 빠른 라파엘로에게는 3루타가 될 수도 있었던 타구. 류현진은 손을 들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고, 후속타자들을 모두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4연전에서 '충격의 스윕패'를 당하면서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하지만 전날(17일)까지 2연승을 달리면서 와일드카드 3위로 올라서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이어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류현진의 최소 실점 경기가 필수적이었는데, 류현진은 2회초 라파엘 데버스와 애덤 듀발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무사 2, 3루의 큰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낼 만한 수비가 나왔다. 토론토 선수들 또한 실점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경기를 치르는 모습. 류현진은 2, 3루 위기에서 파블로 레예스에게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했는데, 여기서 보 비셋이 타자주자가 아닌, 홈을 파고드는 데버스를 저격하면서 류현진의 실점을 막아냈다.
류현진은 비셋의 도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류현진은 계속되는 1사 1, 2루에서 트레버 스토리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고, 이어 나오는 바비 달벡 또한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 매 이닝이 실점 위기 속 빛났던 위기관리 능력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분명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과정만 놓고 본다면 토미존 수술 복귀전이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투구 내용은 가장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무실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만큼 위기관리 능력은 가장 돋보였던 경기였다.
류현진은 3회초에도 시작부터 리즈 맥과이어와 라파엘로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무사 2, 3루 위기에 봉착했다. 2회와 같은 상황. 여기서부터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냈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레프 스나이더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는데, 워낙 얕은 플라이 타구였던 만큼 보스턴의 주자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저스틴 터너를 3루수 땅볼로 묶으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승부를 피하는 판단 또한 좋았다. 류현진은 이어지는 2사 2, 3루에서 보스턴의 '간판타자' 데버스와 맞붙게 됐는데, 자동 고의4구는 아니었지만 볼넷을 내주면서 승부를 피하는 현명한 선택을 가져갔다. 그리고 류현진은 이어나오는 애덤 듀발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류현진은 4회초에는 3루수 맷 채프먼의 실책과 달벡에게 안타를 맞아 이날 세 번째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맥과이어를 상대로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해냈고,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위기를 탈출하면서 1점차의 근소한 리드를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이날 가장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5회를 매듭짓지 못하고 교체가 됐다는 점. 그러나 그만큼 이날 경기는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류현진은 5회 레프스나이더에게 안타, 데버스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2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는데, 여기서 토론토 벤치가 이미 가르시아를 투입하면서 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류현진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가르시아는 듀발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고, 류현진은 8명의 주자를 남기고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게 됐다.
# 우주의 기운이 토론토로?
메이저리그의 경우 각 지구 1위 팀을 제외, 각 리그에서 가장 승률이 높은 세 팀은 와일드카드를 통해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토론토는 지난 12일 경기 전까지 와일드카드 2위에 랭크돼 있었다. 하지만 12~15일 텍사스와 4연전에서 충격적인 싹쓸이 패배를 당하면서, 순식간에 4위로 떨어졌고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 16~17일 텍사스와 시애틀이 연패의 늪에 빠진 틈에 토론토가 연승을 달리면서, 토론토는 다시 3위로 올라섰다. 현재 토론토가 속한 아메리칸리그는 탬파베이 레이스가 압도적 1위에 랭크돼 있고, 2~3위 자리를 놓고 토론토와 텍사스, 시애틀이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나가는 중. 세 팀 간의 격차가 0.5~1경기에 불과한 상황.
토론토는 보스턴과 3연전을 모두 잡아내는 기쁨을 맛봤다. 경기 초반의 주도권은 토론토가 잡았다. 토론토는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캐반 비지오가 안타를 뽑아내며 물꼬를 튼 후 맷 채프먼이 시즌 37번째 2루타를 터뜨리며 2, 3루 기회를 손에 넣었다. 여기서 케빈 키어마이어가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1-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불안한 투구 속에서도 매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1점의 근소한 리드를 지켜나갔고, 토론토는 경기 중반 간격을 벌렸다. 토론토는 5회말 달튼 바쇼가 보스턴 선발 닉 피베타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80.6마일(약 129.7km) 커브를 제대로 퍼올렸다. 바쇼의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았고, 108.3마일(약 174.3km)의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바쇼가 추가점을 뽑아냈지만, 역시 안심할 수 없는 격차였다. 보스턴은 경기 후반 고삐를 당겼다. 보스턴은 7회초 선두타자 레프스나이더의 볼넷과 데버스의 몸에 맞는볼로 만들어진 2사 1, 2루 찬스에서 레예스가 토론토의 바뀐 투수 헤네시스 카브레라를 상대로 추격의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간격은 2-1로 좁혀졌다. 그리고 9회초 데버스가 동점 솔로포를 작렬시키면서 경기는 원점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에 미소를 짓는 것은 토론토였다. 토론토는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비지오가 안타를 쳐 물꼬를 텄다. 여기서 채프먼이 보스턴의 가렛 위트록을 상대로 큼지막한 타구를 뽑아냈다. 이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직격했고, 비지오가 홈으로 질주하면서 토론토는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3연승을 장식했다. 그리고 이날 텍사스가 클리블랜드에게 또 발목을 잡히면서 토론토는 시애틀의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와일드카드 2위로 도약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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