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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광명스피돔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눈에 제일 먼저 띄는 것은 스피돔 천장에 걸려 있는 역대 그랑프리 우승자들의 대형사진이다. 그랑프리 우승은 모든 경륜 선수들의 꿈이지만 아무나 달성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경륜경정총괄본부는 우승자들을 연도별로 빠짐없이 기념하는 예우를 제공한다. 이들 중에는 이미 은퇴를 한 선수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도 9명이나 된다.
한가위를 맞아 현재 경륜판을 양분하고 있는 임채빈, 정종진을 제외한 나머지 현역 7명의 선수들이 우승 과정을 조명한다. 그리고 현재는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를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추억의 영웅들을 불러 모아 그날의 환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 홍석한(8기·48세)
2002년, 2003년, 2008년 총 3회 우승했다. 2001년 7월에 데뷔한 홍석한은 지성환, 현병철 시대의 종식을 알리며 2002년, 2003년 연속으로 그랑프리를 석권했다. 그러나 3연패가 유력해 보였던 2004년에는 인기순위 3위 이경곤, 7위 김민철에게 허를 찔렸다. 이후 조호성의 그랑프리 3연패를 지켜봐야 했다. 절치부심 기회를 엿보던 그는 2008년 그랑프리에서 유성팀 후배 김현경의 젖히기를 결승선 앞에서 잡아내며 조호성의 4연패를 저지하고 3번째 우승을 이뤘다. 이제는 세월의 흐름 앞에 2018년 12월 30일 경기를 끝으로 18년간 유지하던 특선급에서 내려오게 됐다. 지만 현재까지 경륜 최다 우승기록인 545승을 거두며 레전드로 자리잡고 있다.
◆ 이욱동(15기·40세)
2008년 11월 혜성같이 나타나 '마왕'의 칭호를 얻으며 특선급을 평정하기 시작한 이욱동은 2009년 연말 그랑프리도 단숨에 접수했다. 이듬해에도 그랑프리 결선에 진출하는 등 2년간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 광주팀, 김해팀의 약진 속에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다. 그래도 2021년 7월까지 줄곧 특선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해 12월 차량화재 사고로 온 몸에 큰 화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반복된 수술과 재활훈련으로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이욱동은 지난 3월 17일 감격스런 복귀전을 치를 수 있었다. 출전 일수 부족으로 선발급에서 뛰는 이욱동의 모습은 낯설지만 연일 선행 위주의 작전을 펼치며 건재를 과시 중이다. 향후 특선급 재진출까지는 험난할 수 있지만 이른 시간 내에 우수급 승급은 유력해 보인다.
◆ 송경방(13기·41세)
2006년에 데뷔한 송경방은 꾸준히 특선급 강자로 떠올랐으나 승부거리가 짧은 마크추입형의 한계로 늘 2인자에 머물렀다. 그러나 본인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2010년 그랑프리 결승만은 놓치지 않았다. 광주팀 후배인 노태경을 앞세웠고 노태경은 1코너를 돌면서 가차 없이 치고 나갔다. 손쉽게 노태경의 선행을 추주하며 전매특허인 송곳 추입을 앞세워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2년까지 3년 연속 그랑프리 결선에 진출하는 등 약 12년간 특선급을 유지했다. 2018년 1월 우수급으로 강급되며 이후 2019년 7월부터는 우수급 붙박이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추입력은 여전하지만 몸싸움에 약점을 보이며 다소 기복 있는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명현(16기·39세)
2010년 그랑프리에서 전남팀 선배들인 송경방, 노태경의 플레이메이커 구실을 하며 경험을 쌓은 이명현은 해가 바뀌자 더욱 무서워졌다. 2011년 그랑프리에서는 나주팀 선배 김민철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이명현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듬해에는 허를 찌르는 기습선행을 통해 2연패에 성공했다. 이후 3년 연속 그랑프리 결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2017년부터 하향세가 뚜렷해졌다. 지난 7월에는 약 14년 만에 우수급 강급의 아픔도 맛보았다. 현재 우수급에서의 활약상을 봤을 때 내년 1월에는 다시 특선급에 복귀할 수도 있다.
◆ 박병하(13기·42세)
2013년에는 경륜 최초의 비선수 출신 그랑프리 우승자가 탄생했다. 박병하는 대학 시절 특강을 나온 경륜 관계자와 인연으로 2006년 10월부터 경륜 선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1개월간의 짧은 우수급 생활을 거쳐 11월부터 특선급 무대를 밟은 그는 사이클 선수로서의 경험이 미천했으므로 초반에는 고전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특유의 순발력을 앞세운 선행젖히기 승부를 통해 최강자 그룹을 위협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2012년 그랑프리에서 이명현의 선행에 대처하지 못하며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이듬해 2013년 그랑프리에서는 제대로 일을 냈다. 2011년 주인공들인 이명현, 김민철이 인기순위 1, 2위를 기록한 가운데 5위로 출전했으나 우군들이 있었다. 박병하 앞에 김해팀 후배 박용범, 뒤에는 김해팀 친구 황순철이 위치했고 초주선행을 배정받은 박용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시속을 올렸다. 탄력을 제대로 받은 그는 신화를 완성했다. 현재도 여전히 특선급을 유지하고 있으나 칼날은 많이 무뎌져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30일 낙차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 이현구(16기·40세)
전년도 박병하에 이어 2014년 그랑프리 우승도 김해팀 이현구의 몫이었다. 선행의 대명사 조봉철이 이현구를 뒤에 붙이고 내달렸고 3코너 젖히기로 응수한 이현구는 자신을 마크했던 박용범을 막아내며 우승을 거두고 포효했다. 김해팀의 최전성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그는 코로나로 인한 공백으로 현재는 화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지난 17일 광명에서는 이성용, 최석윤과 끈끈한 연대로 강축으로 나선 김민준을 무너뜨리고 대박을 터뜨리는 등 차츰차츰 좋아지고 있다.
◆ 박용범(18기·35세)
2015년에는 또 다른 김해팀 박용범이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현 경륜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박용범은 당시 그랑프리에서도 초반에는 이명현의 선행을 추주하다가 정종진이 2코너부터 외선에서 치고 나오자 재빠르게 정종진 뒤로 라인전환을 했다. 막판 정종진마저 잡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전년 준우승의 한을 풀었다. 현재도 빠른 상황대처 능력 및 날카로운 추입력을 앞세워 종합랭킹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광명 결선에서 종합랭킹 3위의 슈퍼특선반 양승원과 초접전을 벌인 끝에 간발의 차로 2착을 하며 경륜장을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스포츠는 영웅을 탄생시키고, 이들의 경기와 스토리는 관람객들에게 스릴과 감동을 만들며 결국 역사로 남는다. 0.001초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경륜에서는 매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진다. 그동안 팬들에게 짜릿함과 기쁨을 안겨 주었던 경륜 영웅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앞으로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 더욱 흥미진진한 역사의 한 장면을 연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경정경륜총괄본부 제공]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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