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정말 다이나믹한 것 같아요"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는 지난 6일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 본격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윤동희에게 정말 잊을 수가 없는 한 해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윤동희는 데뷔 첫해 2군에서 77경기에 출전해 79안타 6홈런 타율 0.310으로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였지만, 1군에서는 5~6월 4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올해도 시작은 1군이 아닌, 2군이었다. 그러나 1군의 부름을 받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동희는 2군에서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436으로 무력시위를 펼쳤고, 4월 23일 1군에 콜업됐다. 윤동희는 1군의 부름을 받은 초창기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받지 못했으나, 5월부터 조금씩 기회를 받기 시작하더니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윤동희는 5월 한 달 동안 타율 0.333으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계속해서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으로 발돋움해 나가기 시작했다.
묵묵히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 뜻밖의 행운까지 따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앞두고 부상 선수들로 인해 대표팀 명단에 변화가 생기게 됐는데, 대표팀에 외야수가 3명에 불과한데 이어 '우타자' 품귀 현상이 윤동희에게 유리하게 작용됐고, 대체 선수로 태극마크를 다는 기쁨을 맛봤다. 특히 올해 상무 입대가 좌절된 상황에서 정말 예상치 못한 '선물'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대체선수로 태극마크를 단 상황에서 부담이 컸을 터. 하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윤동희는 '방망이'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다. 윤동희는 항저우로 떠나기 전 상무 피닉스와 연습경기에서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타격 재능을 맘껏 뽐냈고, 류중일 감독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그 결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의 선봉장에 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윤동희는 치열한 순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1군 엔트리로 돌아왔고,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107경기에 출전해 111안타 2홈런 41타점 45득점 타율 0.287 OPS 0.687의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오는 16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까지 승선하게 됐다.
상무 탈락의 아픔부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극적인 승선까지 참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윤동희. APBC 일정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올해를 돌아보면 어떨까. 그는 "태극마크를 한 번 다는 것도 참 쉽지 않는데, 이렇게 기회가 돼서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만큼의 책임감도 뒤따르는 것 같다"며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윤동희는 "올해는 정말 다이나믹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이렇게 잘 풀릴 줄도 몰랐다. 주변에서 보는 관점에서는 '정말 잘 풀렸다. 최고의 해다'라고 하는데, 사실 그 속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우는 한 해였던 것 같다. 나중에 기억도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웃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 단순히 '운'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윤동희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마무리캠프 첫날부터 약 한 시간이 넘도록 '특타'를 자처했다. 주위에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없었던 상황. 윤동희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손성빈과 함께 오랜 시간 공을 치는 등 매 순간 발전을 위해 많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시즌 시작전 88kg였던 체중은 83kg까지 빠졌고, 이 과정들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있다.
윤동희는 "매일매일 연습을 할 때마다 타격감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메커니즘은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시 공을 치는데,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감이 올 때까지 계속 쳤던 것 같다. 그때 (손)성빈이 형이 정말 고생했다. 그래서 밥을 사줬다"고 너스레를 떨며 "대표팀을 다녀온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항저우에 다녀온 뒤 하루도 쉬지 않고 경기를 하니 몸이 무겁더라. 작년에도 많이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처음 풀타임을 겪으니 체력도 실력이라고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또래에도 우타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2회 연속 대표팀 승선은 '승승장구'의 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윤동희는 "잘해야겠다는 마음은 계속 갖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지만, 그 마음을 계속 갖고 경기에 임하면 안 되더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그랬지만, 정규시즌을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더 잘 치려고 하지 않고, 같은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APBC의 경우 연령 제한이 있지만, 아시안게임보다는 수준이 높은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한다. 각국의 어린 유망주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인 대회인 까닭. 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윤동희는 "언론을 통해 보는 일본의 유명한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더라. 하지만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야구 인프라도 좋고, 수준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은 성적을 다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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