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부터 우승까지' 함께했던 15년 차 'LG 원클럽맨'의 조용한 은퇴 [유진형의 현장 1mm]

LG 팬들에게는 '애증의 선수'...이적보다 원클럽맨을 선택한 선수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나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 이 팀에서 오래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지난 8월 끝내기 안타를 친 15년 차 선수가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올 시즌 그는 주연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조연으로 팀을 강하게 만들었고,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세상 어디에서나 조연은 필요하다. 야구에서도 훌륭한 조연은 팀을 강하게 만든다. 그는 은퇴하는 마지막 시즌 빛나는 조연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2023시즌 통합 우승을 이루며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LG가 지난 25일 "선수단 정리 작업을 통해 12명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라고 밝히며 선수단 정리를 단행했다.

2루수 정주현이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2루수 정주현이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정주현이 2루 송구를 받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정주현이 2루 송구를 받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LG가 발표한 명단은 투수 송은범, 이찬혁, 김태형, 성재헌, 임정우, 내야수 서건창, 정주현, 김성협, 최현준, 외야수 이천웅, 최민창, 이철민이었다. 많은 선수가 있지만 특히 2009년 입단해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정주현이 눈에 띈다. 방출자 명단에 포한된 그는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15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뛴 선수는 이렇게 조용히 은퇴했다.

대구고를 졸업한 정주현은 2009년 2차 5라운드 전체 36순위로 LG에 입단했다. 그는 통산 762경기에서 타율 0.237 18홈런 153타점 260득점 출루율 0.309를 기록했다. 올 시즌도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1 1홈런 12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정주현은 오지환과 입단 동기인 33세다. 수비를 보면 현역으로 더 뛰어도 이상하지 않다. 내야 자원이 필요한 팀이라면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정주현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다. 하지만 그는 원클럽맨으로 남기로 했고 은퇴했다. 

정주현과 오지환은 입단 동기이며 키스톤 콤비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정주현과 오지환은 입단 동기이며 키스톤 콤비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2023시즌 통합 우승 후 입단 동기 오지환, 최동환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뻐하는 정주현 / LG 트윈스
2023시즌 통합 우승 후 입단 동기 오지환, 최동환과 기념촬영을 하며 기뻐하는 정주현 / LG 트윈스

방출 소식이 있던 날 정주현은 자신의 SNS를 통해 "힘든 날인지 좋은 날인지 모르겠지만...LG가 우승하는 날에 같이 있던 멤버로서 아직까지 행복하다...나중에 다시 인사드릴게요!!"라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LG는 박경수가 KT로 이적한 뒤 2루수 공백에 시달렸다. LG의 2루는 아주 오랫동안 취약지로 뽑혔다. LG는 정주현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한때 입단 동기인 오지환과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엄청난 호수비를 종종 보여주기도 했지만, 쉬운 수비에서 어이없이 실책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는 기복이 심해서 미워할 듯 좋아할 듯할 정도로 LG 팬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애증은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무관심한 선수에게 애증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LG 팬들은 2009년 입단해 2023년 우승까지 함께한 정주현에게 고마워하며 그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LG 정주현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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