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 인정.”
천하의 이정후(25)도 못 치는 공이 있다. 그것도 초등학교, 리틀야구 선수들에게 당당히 고백했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다. 누구도 못 치는 공이니까.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KBO 타자들 중 최고타율(0.340) 타자의 얘기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6일 공식 유튜브를 통해 11월에 고척스카이돔에서 가진 일일타격교실 영상을 공개했다. 타격 파트를 맡은 이정후가 영일초등학교, 리틀야구 선수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했다.
이정후는 토스 배팅에서 헛스윙을 하는 선수에게 “괜찮아, 괜찮아. 모자를 너무 눌러써서 안 보였어”라고 했다. 실제로 저학년 선수들에게 다정했다. 그는 “우린 아직 엄청 어려. 지금 이 시기에 기본기를 잘 배워야 해. 그래야 나중에 나이 먹고 힘 세져. 그때 홈런을 치는거야. 지금 홈런 치려고 스윙 막 이렇게(크게)하면 안 돼. 지금은 기본기야”라고 했다.
이정후는 지금도 홈런타자는 아니다. 왜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봤을까. 그러나 홈런에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른생활을 했다. 그래서 2022시즌 23홈런을 때렸다.
이정후는 초등학생들이 타격을 잘 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기, 감독님, 코치님 말씀 잘 듣기, 친구들끼리 싸우지 않기, 무단 횡단하지 않기, 씽씽이 타지 않기, 탄산음료 먹지 않기”라고 했다.
특히 이정후는 ‘엄빠’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매우 진지하게 했다. 그 시기에 이게 안 되면 바른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걸 잘하면 그가 언급한 나머지 부분은 자동적으로 할 수 있다. 그 역시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 말을 잘 듣고 컸다.
고학년들의 질문에는 진지하게 답했다. 이정후는 바깥쪽 공략을 두고 “몸쪽, 가운데 치는 것과 똑같이 쳐야 돼. 스윙은 똑같이 하는거야. 공에 스윙하자는 생각으로 치는거지 처음부터 바깥쪽을 친다는 생각으로 스윙하는 게 아니야”라고 했다.
타격은 7할이 실패다. 바깥쪽 낮은 공은 투수들이 먹고 사는 코스다. 이정후는 “바깥쪽 낮은 공은 다 치기 힘들어. 투수가 100개 던지면 100개 다 못 쳐. 타자들은 그런 공이 올 때 ‘아 인정’하고 빨리 다음 공을 칠 생각을 해야 돼. 자꾸 그 공을 쳐내려고 하면 안 돼. 그쪽을 던지더라도 약간 가운데로 몰린다 말이야. 그 공을 쳐야 돼”라고 했다.
이밖에 이정후는 타석에서의 자세에 대해 “대기 타석에서 아무 생각 없이 스윙하다 타석에서 어떻게 치지, 이러면 절대 안 돼. 모든 생각은 대기타석에서 끝내는 거야. 타석에 들어가면 그걸 실행하는 거고”라고 했다.
이정후는 곧 메이저리그로 떠난다. 이정후 역시 초등학교 때 자신이 들은 얘기를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했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제2의 이정후가 되려면 이정후의 이 얘기들을 새겨 들어야 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