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젊었으면 갔겠죠.”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가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지난 15일 KBS N 스포츠 김태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에 출연, 타 구단에 가서 현역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김재호는 “다른 팀은 NO에요 NO. 젊었으면 갔겠죠. 여기서(두산)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3년 25억원 FA 계약이 끝났고, 다시 FA 자격을 얻으려면 풀타임 1년이 남은 상황. 김재호는 김태균에게만 원하는 조건을 슬쩍 얘기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특별하지 않아서 놀란 눈치였다. 김재호는 “아직 뭐 그런 얘기(계약)를 한 적은 없어요. 전 욕심은 없어요. 그렇게 큰 욕심은 없어서…”라고 했다. 38세로 현역의 황혼기를 맞이한 시점. 이제 타 구단으로 가는 것보다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올 시즌 부임한 이승엽 감독은 기본적으로 김재호에게 주전 유격수를 보장하지 않았다. 안재석 등 되도록 젊은 중앙내야수에게 전폭적으로 기회를 주고 싶어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시도했던 것. 그러나 그 자리에 누구도 확 튀어 올라오지 못한 반면, 시드니 스프링캠프부터 구슬땀을 흘린 김재호는 끝내 실력으로 자리를 쟁취했다.
김재호는 올 시즌 91경기서 247타수 70안타 타율 0.283 3홈런 29타점 32득점 4도루 OPS 0.748 득점권타율 0.303을 기록했다. 2021~2022년 타율 0.209, 0.215에 그친 아쉬움을 털어냈다. 두산의 2년만의 포스트시즌 복귀에 보탬이 됐다.
김재호 정도의 선수라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도 된다. 두산도 여전히 김재호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시간은 충분하니, 김재호가 현역 황혼기를 잘 보낼 환경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는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으니까 보여줘야 했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다행이죠. 우승 3번(2015~2016년, 2018년)을 했는데, 올해는 가을야구만 하자는 목표였죠. 만족은 하는데 아쉽긴 하죠”라고 했다.
자신의 성취감이 아니라 후배들이 포스트시즌을 단 1경기 경험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 5위를 차지한 뒤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1차전을 패배하면서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김재호는 젊은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경험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너무나 잘 안다.
김재호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갔다가 한번 떨어졌고, 다시 올라왔는데 지금은 새로운 세대잖아요. 포스트시즌 경험을 못 해본 세대. 그러니까 이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경험을 더 하며 얘들한테는 큰 도움이 되잖아요. 그게 아쉽죠. 1경기만 더 했으면 이 친구들한테는…”
두산의 정신적 지주는 자신의 연봉계약보다 후배들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 좀 더 현역으로 뛰면서 후배들의 성장을 독려해주면 좋을 듯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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