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와아아아아.”
KIA 타이거즈 이범호(43) 신임감독은 13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취재진과 얘기를 하다 갑자기 지난 10일 실내연습장에서 열린 설 기념 ‘윷놀이 한 판’을 떠올렸다. 당시 KIA 선수들은 몹시 흥분돼 있었고, 선수들은 윷을 던질 때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한 쪽에서 “와아아아아”라고 하면, 또 다른 한 쪽에선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2사 만루에서나 볼 수 있는 ‘엄근진’ 표정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슬며시 웃더니 “우리 선수들이 소리 지르라고 놔두면 어느 정도 할지, 어떤 선수가 될지 보고싶다. 윷놀이 할 때처럼”이라고 했다. 물론 이범호 감독은 KIA 선수들이 시즌 내내 윷놀이 하던 것처럼 선수들에게 ‘초하이텐션’을 바라는 건 아니다.
대신 선수들이 감독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야구에 몰두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범호 감독은, 각 파트 별 구성이 잘 된 KIA에 ‘자기 색깔’을 낸답시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저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독려할 계획이다.
지금의 KIA에선, 감독이 그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구단 내부에선 전임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이후 은근히 ‘외부 빅네임’ 사령탑 영입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 KIA 사람들은 1군 로스터 각 파트는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구성도 완벽에 가깝다는 자체 진단을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서 새 감독이 외부에서 갑자기 들어와서 성적 욕심 혹은 자신의 존재감 발휘를 위해 무리수를 두면 오히려 팀이 망가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범호 감독 선임은, 결국 구단 내부의 기류를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이 캐치했고, 나아가 모기업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서 업계에서 유력하게 고려된 선동열 전 감독이나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물론 두 인사는 타이거즈 레전드다. 지도자로서도 스펙과 무게감이 확실하다. 그러나 구단은 현재 KIA에 가장 적합한 인사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범호 감독은 현재 KIA 선수들에게 엄청난 신뢰를 받는다. 몇몇 선수는 이범호 감독과의 첫 미팅 이후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다 이범호 감독과 다시 부딪히면 ‘따봉’을 날렸다. 그가 오랫동안 구단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약하며 능력과 리더십을 증명했다는 의미. 선수들은 이범호 감독이 말한 ‘와아아아아’가 무슨 의미인지 잘 안다.
이범호 감독의 성공 여부를 현 시점에서 논하는 건 매우 어렵다. 누구도 성패를 알 수 없다. 2년 전 전임 감독 역시 오랫동안 구단에서 일한 경험을 인정받았으며, 신뢰받는 인사였다. 분명한 건 KIA는 현재 가장 적합한 감독을 고르는데 애를 썼고, 다시 ‘냉혹한 결과론’의 시험대에 들어서기 직전이라는 점이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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