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도영/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한 명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슈퍼루키 대접을 받았고, 또 한 명은 음지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올해 1군에서 잠재력을 함께 꽃피울 조짐이다.
김도영과 윤도현(이상 21, KIA 타이거즈)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광주에서 알아주는 라이벌이었다. 김도영은 동성중, 동성고를 졸업하고 2022년 KIA의 마지막 1차 지명자가 됐다. 윤도현은 무등중, 광주제일고를 거쳐 2차 2라운드 15순위로 입단했다.
KIA 타이거즈 윤도현./KIA 타이거즈
KIA는 이들과 진흥고 문동주(21, 한화 이글스)까지 3명의 슈퍼유망주를 꾸준히 레이더에 넣고 지켜봤다. 결국 2022년 1차 지명을 앞두고 김도영과 문동주로 후보군를 좁혀야 했지만, 그렇다고 윤도현이 이들보다 실링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긴 어려웠다.
실제 당시 김도영을 1차 지명한 뒤 한 야구관계자는 “윤도현이 김도영보다 절대 처지지 않는다. 김도영의 운동능력이 워낙 남다를 뿐, 윤도현의 타격 자질도 보통의 고3들과 다르다. 프로에서 장타력이나 클러치능력은 윤도현이 더 좋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윤도현은 예년 같으면 1차 지명자가 돼도 이상하지 않지만, 드래프트에 나갔다. KIA가 윤도현을 지명한 건 행운이었다. 그렇게 광주 라이벌이 KIA에 함께 입단했지만, 2022년엔 전혀 주목을 못 받았다. 윤도현이 3월14일 삼성과의 대구 시범경기 수비 도중 김도영과 부딪혀 중수골 골절이 됐고, 이후에도 부상으로 좀처럼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김도영도 2022시즌엔 1군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백업으로 꾸준히 1군에 머물렀으나 프로의 매운 맛만 본 시즌이어었다. 2023시즌엔 확실히 달라졌다. 1년 경험을 쌓은 김도영이 본격적으로 1군을 폭격하는 듯했다. 그러나 시즌 두 번째 경기서 발등 중족골 골절로 6월 말까지 2개월간 쉬어야 했다. 윤도현도 부상 여파가 있었다. 결국 두 슈퍼유망주는 2년 내내 프로 부적응, 부상에 막혀 1군에서 함께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2024시즌은 다를 조짐이다. 김도영은 다치지만 않으면 1군에서 풀타임을 뛸 자격을 이미 증명했다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서 다친 손은, 거의 회복단계다.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현 시점에선 가능한 분위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3루수로 커리어를 쌓고 치고 올라간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는 대수비로만 나서고 있다. 타격훈련은 소화한다. 시범경기서 배트를 잡고 컨디션을 올리면 3월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서 핫코너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도영 없는 KIA는 상상이 안 된다.
윤도현의 한 풀이가 극적이다. 김도영보다 부상 설움이 더 컸던 선수. 그러나 다 극복하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2년 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무대가 김도영의 무대였다면, 올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는 윤도현을 위한 무대라는 느낌이 강하다.
윤도현은 KT 위즈, 야쿠르트 스왈로즈,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홈런 2방에 2루타 한 방, 3루타 한 방을 각각 터트릴 정도로 장타력이 예사롭지 않다. 신인 시절 이미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친 공을 밀어서 1,2간으로 안타를 날릴 줄 아는 선수였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3경기서 13타수 6안타 2홈런 3타점 3득점.
물론 당장 평가하긴 어렵다. KBO리그 구단이 아닌, 일본 야쿠르트전서 4타수 무안타였다. 시범경기까지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야쿠르트전으로 보듯 시즌에 돌입한 뒤 1군에서 그동안 상대하지 못한 투수들을 상대로 페이스도, 성적도 보정 될 수 있다. 냉정히 볼 때, 연습경기는 모든 팀이 베스트라인업으로 임하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 윤도현./오키나와(일본)=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그렇다고 해도 윤도현의 행보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윤도현도 2022년 김도영처럼 어려움을 겪다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한 우량주다. 가까운 미래에, 학창 시절 광주의 라이벌이 KIA 3루와 2루를 점령할지도 모를 일이다. 두 사람은 타격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수비까지, 공수겸장으로 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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