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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초반부터 잘 던져달라'고 부탁했는데…"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7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투구수 61구,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KBO리그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잠실구장에서 두 방의 그랜드슬램을 폭발시키며 '최초'의 업적과 함께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두산. 하지만 이날 두산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바로 알칸타라 때문이었다. 알칸타라는 1회 황성빈과 윤동희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전준우에게 149km 직구를 공략당해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후속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2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문제는 2회였다. 알칸타라는 이닝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나승엽과 무려 10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으나 볼넷을 내주더니, 후속타자 최항에게 149km 직구를 공략당해 안타를 맞아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알칸타라는 박승욱을 152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으나, 손성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날 알칸타라는 이상할 정도로 직구에 집착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어나온 노진혁에게 151km 직구를 공략 당했고, 이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3점을 내준 상황. 알칸타라는 이어지는 1, 3루에서 황성빈에게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고, 이때 홈을 파고들던 주자를 지워내며, 실점을 막아냄과 동시에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칸타라는 안정을 찾지 못했고, 윤동희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다시 한번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전준우에게 150km 직구를 공략당해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며 무너졌다. 이후 알칸타라는 레이예스를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매듭지었지만, 2이닝 6실점 투구로 두산을 위기에 빠뜨렸다.
알칸타라는 지난해까지 두산의 '복덩이'였다. 2019시즌이 끝난 뒤 두산으로 이적한 첫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무려 198⅔이닝을 먹어치우며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겼고, 한신 타이거즈와 연이 끝나고 다시 KBO리그로 돌아온 지난해에도 31경기에 나서 192이닝을 소화,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로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알칸타라에게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 7750만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하지만 올해 알칸타라는 복덩이가 아닌 골칫덩이다. 알칸타라는 올해 미야자키 스프링캠프가 종료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실전을 치르지 않았다. 라이브피칭 한차례가 고작이었다. 이는 이승엽 감독의 배려였다. 한신 시절 불펜 투수로 뛰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선발로 보직을 전환하면서 무려 192이닝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알칸타라는 조금 천천히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는 뜻을 사령탑에게 전달했고, 이승엽 감독은 '에이스'가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시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맞춰줬다.
알칸타라는 시즌 첫 등판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사령탑과의 약속을 지켰고, 4월 10일 한화 이글스전이 끝난 뒤 한차례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으나,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마운드로 돌아와 7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그런데 알칸타라가 21일 경기가 끝난 뒤 다시 한번 팔꿈치를 잡았다. 국내 검진에서 팔꿈치 염증 소견이 발견됐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는데, 알칸타라가 미국 주치의에게 검사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투수에게 팔꿈치 문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만큼 두산은 알칸타라의 미국행을 허락했다. 하지만 국내 병원 세 군데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칸타라가 복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결국 알칸타라는 미국 주치의 검진에서도 같은 소견을 받았고, 지난 5월 26일에서야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런데 부상에서 돌아온 뒤의 알칸타라에게서는 이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알칸타라는 복귀전에서 3⅓이닝 5실점(5자책)으로 부진했고, 6월 다섯 번의 등판에서 두 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으나, 들쭉날쭉 기복이 심했다. 이러한 가운데 3일 롯데를 상대로 최악의 투구를 남기게 됐다. 부상 복귀 이후 7경기에서의 성적은 1승 1패 평균자책점이 무려 7.09에 달한다. 가뜩이나 브랜든 와델이 어깨 통증으로 인해 공백기를 갖게 되면서 '단기 대체 외인'을 알아보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는 두산 입장에서 알칸타라까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고민은 더 커지게 됐다.
이날 알칸타라와 호흡을 맞춘 양의지는 "알칸타라에게 '초반부터 잘 던져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아쉽게 또 무너졌다. 우선 작년과 다른점이 있다면, 카운트 싸움을 잘 못한다. 불리하게 가다 보니 결과도 좋지 않다. 그리고 맞지 않으려고 어렵게 간다. 작년에는 1S, 2S를 빠르게 잡았는데, 요즘엔 이런게 부족한 것 같다"며 '포크볼이 덜떨어져서 직구 빈도가 올라갔느냐'는 질문에 "포크볼이 분석 파트에서 좋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슬라이더도 써보고 여러 방면으로 공격적이게 리드를 하려고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단 알칸타라의 구속에는 문제가 없다. 이날도 최고 153km의 강속구를 뿌렸다. 힘은 있다는 것. 하지만 공이 밋밋하게 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 양의지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안방마님은 '구속에 비해 볼 끝이 안 좋은가'라는 질문에 "네. 방망이 중심에 맞으면 조금 멀리 가는 경향도 있고, 몰리는 공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두산 입장에서는 '단기 대체 외인'을 알아보고 있는 브랜든과 달리 알칸타라는 '교체'까지도 고려를 해봐야 할 상황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보고 있는 두산과 이승엽 감독의 고심이 깊어진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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