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노래 하나 골라보세요.”
기타 선생님이 새 미션을 내놓았다. 노래를 하나 골라 혼자 악보를 보고 몇 마디라도 쳐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악보 보는 법은 까먹은 지 오래다. 다만 기타 코드를 어느 정도 익힌 덕분에 코드가 적혀 있으면 더듬더듬 짚을 줄 안다. 타브 악보 보는 법도 배웠다.
이러함에도 나는 걱정이 앞섰다. 새삼 그간 내가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곡을 열거해본다. 마룬5 ‘선데이 모닝’, 레이지본 ‘어기여차’, 왬!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등.
선생님은 “기왕이면 모두가 알 만한 노래를 고르라”는 말도 덧붙였다. 꼭 선생님 말이 아니어도 그럴 참이었다. 나는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이다.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잘 하지 않는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자 한덕현 교수에 따르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즉 자극 추구 기질이 높은 사람은 진취적이고 외향적이며 창조적이지만,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반복적인 일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에 위험 회피 기질이 높으면 걱정이 많고 쉽게 피곤해하며 새로운 시도를 꺼리지만, 신중하고 단조로운 일이라도 꾸준히 해내는 경향이 있다.
사실 그간 내가 연주해보겠다고 골랐던 곡은 내게 매우 익숙한 노래였고, 내 기준에선 ‘모두가 알 만한 노래’였다. 하지만 빠른 곡은 빨라서, 내 수준에서 코드 변환이 까다로운 곡은 또 그것대로 어려워서 포기했다. 그러니 이번에 고를 곡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어릴 적 즐겨 듣던 추억의 팝송을 떠올려봤다. 나는 스파이스걸스나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휘스턴 노래를 즐겨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지독한 텍스트형 인간답게 가사가 마음에 드는 곡을 찾았다.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
‘영웅이 있어요, 당신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당신의 누구인지 /답이 있어요, 당신이 당신 영혼에 닿기만 한다면 /당신의 슬픔은 사라질 거예요 /그러면 영웅이 나타날 겁니다 /계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그리고 당신은 두려움을 떨쳐냅니다 /그러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죠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때 /당신 내면을 들여다보고 강해지세요 /마침내 진실을 보게 될 거예요 /영웅은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요’
내 꿈인 환갑 버스킹 때도 잘 어울리는 노래 같다. 노래를 골랐으니 이제 악보를 찾아볼 차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알 수 없는 부호들이 많아 혼자 ‘히어로’를 연주해보는 건 무리였다. 어쩔 수 없다. 다시 기타 선생님에게 의지할 수밖에.
“어쩜 곡을 골라도…느리다고 다 쉬운 게 아니에요.”
기타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 곧이어 선생님은 음악 부호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였다. 그렇다. 언감생심 지금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무리다.
오늘의 교훈. ‘히어로’는 쉽게 만날 수 없다. 머라이어 캐리 언니, 환갑 버스킹 전에 꼭 만나요.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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