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후지카와와 비슷하지 않나"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올해 5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4홀드 15세이브 평균자책점 1.98로 생애 단 한 번 밖에 품지 못하는 '신인왕' 타이틀에 '김택여'까지 작성했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올해 신인왕은 김택연의 몫이 유력하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이 고민 없이 1라운드 전체 2순위의 지명권을 행사한 뒤 전체 1순위인 황준서와 같은 계약금인 3억 5000만원을 안긴 이유다.
김택연은 프로 무대를 밟기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2023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서는 혹사 의혹에 휩싸일 정도로 중용을 받았고, 스프링캠프에서는 이승엽 감독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특히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맞대결에서는 RPM 2550의 최고 152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고, 일본 '닛칸스포츠' 기자와 4번 타자 야마카와 호타카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게다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워낙 좋은 기량을 뽐냈던 만큼 김택연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LA 다저스와 맞대결을 가질 수 있는 팀 코리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샌디에이고를 상대로는 등판 기회를 갖지 못했으나, 다저스와 맞대결에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연속 삼진 처리하는 등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김택연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전 두산의 '마무리'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김택연은 초반엔 셋업맨으로서 경험치를 쌓았다. 그리고 6월부터 본격 '뒷문'을 담당한 이후 성적은 압권 그 자체다. 김택연은 6월 12경기에서 1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0.84라는 성적을 남기더니, 7월에도 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0.90으로 활약하며 승승장구의 길을 길었다. 지난 18일 KT 위즈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으면서 패전을 떠안게 됐지만, 8월 또한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 중이다.
김택연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RPM이 바탕이 되는 '강속구'. 직구를 노리고 있더라도 못 친다는 것이 '152억 포수' 양의지의 설명이다. 양의지는 "(김)택연이는 자세히 보면 코너에다가 정말 정교하게 던진다. 어린 선수 같지 않게 노련미가 있다. 다만 공이 몰리면 맞는 경우가 있지만, 보더라인에 들어오는 어렵게 던지는 피칭을 하기 때문에 상대 타자 입장에서 직구를 노리더라도 치기가 어렵다. 알고도 못 친다"며 "직구는 내가 받아 본 니퍼트, 오승환에 다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의 직구에 후지카와 큐지를 떠올렸다. 후지카와의 가장 큰 장점 또한 김택연과 같은 '돌직구'이기 때문이다. 일본프로야구의 '전설'과도 같은 후지카와는 지난 199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한신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입성, 일본에서만 통산 782경기에 등판해 60승 38패 163홀드 243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고, 시카고 컵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3시즌 동안 1승 1패 1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했다. 243세이브는 NPB 역대 5위에 해당되는 기록.
이승엽 감독은 지난 18일 경기에 앞서 "(김)택연이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는다. 우리 팀 불펜진 중에서는 (최)지강이와 (이)병헌이, (홍)건희, (김)강률이 등이 있지만, 가장 믿음직스럽다"며 '직구 구위만 놓고 봤을 땐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나는 오승환 선수를 상대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선수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 2B에서도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선수"라고 말 문을 열었다.
현역 시절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오승환과 맞붙을 기회가 없었던 이승엽 감독은 이 대목에서 후지카와의 이름을 거론했다. 그는 "나도 많은 선수를 상대해 봤지만, 밖에서 볼 때는 후지카와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헛스윙 비율을 봐야겠지만, 후지카와의 직구는 진짜 떠오르는 느낌"이라며 "김택연의 공을 쳐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향후 몇 년 뒤에는 그 정도의 위력적인 볼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자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이어 사령탑은 '포크볼 장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금 당장 포크볼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너무 어린 선수이지 않나.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몸이다. 그러나 프로에 입단했을 때보다는 몸이 엄청 좋아졌다. 트레이닝 파트와 보강훈련을 하면서 몸은 확실히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보다는 향후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도 감탄이 나올 정도지만, 올해 두드러진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도 고졸 1년차 선수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좋은 투구를 거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승엽 감독 또한 "그만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타고투저, 타구가 멀리 나가면서 다득점도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가 실패 없이 잘하고 있다. 지금 택연이가 나가면 정말 안정감이 있다. 당연히 27개의 아웃카운트가 다 만들어질 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순 없지만, 택연이가 올라가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수 있는 정도의 선수"라고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신인왕에 가까워진 김택연은 현재 KBO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노리고 있다. KBO리그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은 전 롯데 자이언츠 나승현(16세이브)이 보유하고 있는데, 김택연과는 단 1개 차이에 불과하다. 앞으로 두 개의 세이브만 보태면 새로운 역사가 탄생하게 된다.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신기록 작성은 당연한 상황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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