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힘 빼고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가 열린다.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23~24일 광주에서 시즌 마지막 2연전을 갖는다. 두 팀의 이번 맞대결이 은근히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다. 1개월 뒤 열릴 한국시리즈 매치업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선 그 어느 매치업보다 가능성이 높다.
KIA와 삼성은 최근 나란히 정규시즌 우승과 준우승을 확정했다. KIA는 17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패배했지만, 삼성이 두산 베어스에 지면서 우승 매직넘버를 완전히 소멸했다. 이후 19일 4~5위 다툼 중인 두산을 상대로 혹시 모를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베스트라인업을 내세웠다.
그러나 21~22일 광주 NC 다이노스전부터 스탠스를 180도 바꿨다. 비록 NC와의 최종전이 연이틀 연기되면서 추후 재편성되지만, 이범호 감독은 연이틀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소크라테스 브리토, 김태군 없는 라인업을 내놨다. 심지어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은 21~22일에 차례로 1군에서 빠지면서 시즌을 마쳤다.
삼성은 22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로 2위 매직넘버를 완전히 소멸했다. 2021년 이후 3년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3년 전에도 정규시즌 준우승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많은 전문가가 삼성이 올 시즌을 계기로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암흑기를 완전히 청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23~24일 최종 2연전은 자연스럽게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다. 그러나 ‘힘 빼고’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한다. KIA가 주요 타자들이 빠졌고, 삼성도 굳이 전력을 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 두 팀이 가진 고유의 컬러와 힘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시리즈라면? 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KIA는 한국시리즈 직행이 확정된 직후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팀에 대한 ‘나노 분석’에 들어갔을 것이다. 만약 삼성이 실제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 파트너가 된다면 뭘 가장 경계해야 할까. 정규시즌서 10승4패로 압도한 건 참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역시 큰 것 한 방이라고 봐야 한다. 삼성은 올 시즌 팀 홈런 180개로 압도적 1위다. 사실 올해 삼성은 공격의 팀이 아니다. 원태인~코너 시볼드~데니 레예스로 이어지는 1~3선발의 힘과 올해 확연히 좋아진 수비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3선발과 수비가 버티니, 쉽게 무너지는 경기를 하지 않을 토대를 마련했고, 그 위에 한 방을 곁들이는 게 올해 삼성 야구라는 시선이다. KIA도 내부적으로 이런 부분을 잘 분석한 상태다.
단, 홈런은 특성상 단번에 경기흐름을 바꿀 수 있다. 단기전서 특히 그 파급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KIA로선 역시 경험 많은 박병호를 주목해야 한다. 올해 삼성에서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선수는 33개의 구자욱이다. 뒤이어 26개의 김영웅, 22개의 박병호, 21개의 이성규, 19개의 강민호 순이다.
이들 중에서 유독 박병호가 올해 KIA에 강하다. KIA를 상대로 타율 0.279에 6홈런 14타점이다. 물론 KT 위즈 시절의 기록도 포함됐지만, 어쨌든 박병호는 올해 KIA 투수들에게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삼성 타자다. 실제 8월11일 광주에서 결정적 홈런 두 방으로 KIA 불펜을 무너뜨렸다. 반면 의외로 구자욱, 김영웅, 이성규는 KIA전서 1홈런에 그쳤다. 강민호는 2홈런.
꼭 이런 데이터를 떠나서, 박병호는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 KIA도 그렇고 삼성을 포스트시즌서 만날 팀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KIA 중심타선을 경계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지만, 실제로 KIA가 박병호의 홈런본능에 고전한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와 닿는 게 사실이다. KIA도 삼성도 힘 빼고 치르는 한국시리즈서 마지막으로 ‘직접 탐색’의 기회를 갖는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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