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건 분명히 상식 역행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어쩌면 부임 후 역대급 고민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의리(22)가 토미 존 수술대에 오른 건 2024년 6월이었다. 통상적으로 이 수술의 재활까지는 1년 2개월에서 1년6개월 정도 걸린다. 보수적으로 볼 때 올 시즌을 통째로 날려도 이상한 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지금 구단 안팎에서 다가올 6월 복귀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그만큼 이의리의 재활속도가 빠르다. 아직 젊은 선수라고 해도 상식적이지 않은, ‘미친’ 재활 페이스다. 이범호 감독이 어바인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일시 귀국해 취재진에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이의리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라이브피칭을 실시한다.
토미 존 수술을 받고 8개월만에 라이브피칭을 할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될까. 캐치볼, 롱 토스, 플랫 피칭, 불펜 피칭을 거쳐 라이브 피칭까지 오는 과정에서 수 차례 통증을 호소해 이전단계로 돌아가는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의리는 거의 문제없이 통과해 라이브피칭 직전까지 왔다고 보면 된다.
최근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딱 1년만에 돌아온 투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돌아와도 본래의 구위와 스피드, 감각을 찾는 데까지 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가장 가까운 예로 SSG 랜더스 문승원과 박종훈이 있다. 두 사람은 2021년 여름 나란히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약 1년2개월만인 2022년 7월에 돌아왔다. 그리고 실제로 위력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 이게 보통이다.
만약 이의리가 6월에 돌아와서, 후반기에 바로 예전의 위력을 회복한다면 근래 토미 존 수술 역사에 남을 만한 괴력이라고 봐야 한다. 단, 아직 가지 않은 길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이범호 감독도 차분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결국 이범호 감독은 시즌을 운영하면서 엄청나게 행복한 고민을 할 듯하다. 이의리가 실제로 6월까지 아무런 이상 없이 재활 속도를 밟아 1군에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대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 선수가 괜찮다는데 안전운전만 강조하면 도리어 사기가 꺾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6월 이전엔 1군에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의리 본인은 아예 후반기를 생각한다고 했다. 전반기에 퓨처스리그에서 투구수 빌드업 과정을 시작한다면, 우선 진갑용 2군 감독의 판단이 중요해 보인다.
KIA로선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1군 복귀 후 통증 재발이다. 한 번도 재활 과정에서 돌아가지 않다가 실전에 돌아와서 갑자기 통증이 발생해 뒤로 가는 경우가 없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이럴 경우 대체자들은 있어도, 이의리가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활 페이스를 최대한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에 재활 페이스가 혹시 엉킨다면, 무조건 1군 복귀는 후반기라고 봐야 한다.
이의리는 이제 23세다. 군 복무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지만, 향후 양현종의 대를 잇는 KIA 토종 에이스로 롱런해야 한다. 지금의 고비를 잘 넘기면 훗날 더 큰 무대로 갈만한 잠재력을 가진 투수인 것도 사실이다. 올해 복귀해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진정한 복귀 원년을 내년으로 삼아야 이의리도 KIA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당장 올 여름 이의리 본인과 참모들의 OK 사인 시 곧바로 복귀시키고 싶은 뜨거운 가슴과,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차가운 머리가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난제, 기쁜 고민이지만 그만큼 무게감이 큰 디시전을 앞뒀다. KIA의 미래, 이의리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