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의 독재자 마샬 캐릭터를 설명했다.
마이데일리는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영화 '미키 17' 개봉을 앞둔 봉준호 감독을 만나 작품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한다.
극 중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독재자 마샬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외신의 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봉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2021년 완성한 시나리오이고, 22년 촬영을 시작했다. 베를린에서 한 기자는 '방에 크리스탈 볼을 숨겨뒀냐'고 묻더라. 트럼프 총격 사건 등에 영감받아 추가 촬영한 거냐는 질문도 있었다.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솔직히 특정 정치인의 얘기를 하며 만든 건 사실"이라며 "토니 콜렛이 연기한 일파는 원작에 없는 인물이다. 커플 독재자가 나올 때 더 무섭기도 웃기기도 할 것 같았다. 마르코스 부부와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부부 등을 생각했다. 악명을 떨친 독재자들이지만 구체적인 사건을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역사상 존재했던 끔찍하면서 우스꽝스러운 독재자 혹은 정치인들의 모습을 용광로처럼 섞어봤다. 각자의 정치적 상황에 이를 투사해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봉 감독은 코믹한 연기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에게 악역을 맡긴 이유에 대해 "마크 러팔로도 처음엔 되게 당황했다.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어?'라고 묻더라. '형님 배우시지 않냐'고 했더니 '맞아... 난 프로 배우야'라며 마음을 다잡더라. 이 상황만 봐도 되게 귀여운 분이다. 실제 역사 속 독재자들이 위험하지만 매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휘어잡고 골수 지지자들도 있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 중 마샬도 냉철한 카리스마와 과학적 선동을 하기보다 이상한 허점이 많다. 본인의 토크쇼를 갖고 이상한 양복을 입고 나와 록스타 행세를 하기도 한다. 오래전 이탈리아에 자기 티비 쇼를 갖고 있던 총리가 있다. 본인 좌우로 아이돌 그룹을 세워 그런 방송을 했는데 그런 느낌을 가져왔다.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갖는 매력들에 대해 마크와 얘기 나누며 만들었다. 마냥 무섭게 소리 지르는 통치자 연기는 쉽다. 보는 사람들도 '웃기네' 하면서 보다가 섬뜩해지는 지점이 있을 거다"고 덧붙였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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