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3개년 임단협 잠정합의 이룬 삼성전자…전직원에 자사주 30주
삼성전자 노사갈등 이번에는 봉합될까…5일까지 조합원 찬반 투표
노사 '강대강' 교섭 평행선 현대제철…직장폐쇄 초강수
현대제철 사장, 노조에 파업 철회 촉구…추산 손실 254억원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봄철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동계의 춘투(春鬪)가 본격화되면서 사업장마다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친 가운데 사업 경쟁력 확대를 통해 노사 화합을 마친 곳도 있지만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기업들도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환경에 양보와 자제를 읍소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임금인상 요구와 함께 노사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으면서 임단협을 두고 기업마다 온도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임금·단체협약을 타결을 노사 화합의 계기로 삼은 곳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사(전삼노)는 24일 평균 임금인상률 5.1% 등을 골자로 하는 2025년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달 7일 2025년 임금 교섭을 본격 시작한 지 48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평균 임금인상률 5.1%과 자사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넷몰 200만 포인트, 자사주 30주를 전 직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해 노사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3자녀 이상 직원 정년 후 재고용도 제도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노사는 이번 합의로 2023·2024년 임금협약까지 완료했다. 지난해 총파업 등을 거치며 이어온 단체교섭도 이번 임금교섭과 병행해 마무리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2023·2024년 임단협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고 창사 이래 첫 총파업까지 발생했다. 파업 종료 후 노사는 집중교섭을 통해 지난해 11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전삼노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 이에 전삼노는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진행했으나 재신임하기로 결정했고, 지난달부터 교섭을 재개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난해와 비교해 삼성전자 자사주 30주를 전 직원에게 지급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실적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지연 등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유례없는 위기를 맞이한 만큼 장기간 지속된 임단협이 타결될 경우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는 3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9조1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해 충격을 자아냈다. 특히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에서 5세대 HBM(HBM3E) 8단·12단 제품이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중국 업체들이 범용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면서 실적 악화를 거듭했다.
여기에 전삼노 조합원 3만6500여명중 대다수는 DS 부문 소속으로, 지난 총파업 당시에도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신인도 하락 우려로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노사 모두 실적 부진 속에서 신속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합의에 속도를 올렸다. 이번에 마련된 잠정 합의안의 최종 결정은 28일부터 내달 5일까지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투표에는 전삼노를 비롯해 총 4개 노조가 참여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노사 화합의 계기로 삼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노조 파업에 '직장 폐쇄'로 초강수를 둔 곳도 있다. 현대제철 임단협은 최악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임단협이 성과급 지급 이견으로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그룹 급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기본급의 500%와 1800만 원 수준의 성과급을 결정한 바 있다.
올해는 설상가상으로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습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까지 겹쳤다. 이중고에 빠진 현대제철은 노조의 주장에 경영상 부담이 가중된다며 난색을 표해 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473억원으로 흑자 상태였으나, 이번 성과금을 적용하면 약 65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 여기에 국내산에 비해 30~40% 수준인 중국산 저가 후판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예고한 상태로 철강업계 상황도 좋지 않다.
앞서 현대제철은 19일 협상에서 기존 '기본금 400%+1000만원'에서 '기본급 450%+1000만 원'으로 성과급 인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가 "현대차 그룹사보다 현저히 낮은 인상안"이라고 반발하며 게릴라식 파업을 이어가자 사측은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산세압연설비(PL/TCM)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산세압연설비는 냉연강판의 소재인 열연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후공정인 냉연강판 생산 라인으로 보내기 위해 사전 압연을 하는 설비다. 생산 공정 특성상 이 설비가 가동되지 않으면 후공정도 사실상 가동이 불가능해 당진 냉연공장 생산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지난 노사분규로 냉연 부문에서 약 27만톤의 생산 손실이 발생해 손실액이 2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0년 설립 이래 처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 폐쇄를 결정한 현대제철은 대표이사 명의의 공고문을 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철강업계는 물론 주요 국가 산업의 피해가 커지는 만큼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25일 담화문을 통해 "지금은 갈등을 심화시킬 때가 아닌 우리가 하나 되어 어려움을 헤쳐가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며 "파업은 회사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로 결국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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