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초반 스텝이 살짝 꼬였다?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개막 홈 5연전서 2승3패를 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심지어 상대가 올 시즌 가장 약한 팀들로 분류되는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였다. 그러나 NC와 1승1패를 거둔 뒤 키움에 1승2패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기록만 보면 공수 지표는 괜찮다. 팀 타율 0.298로 5위이고, 팀 OPS는 0.923으로 2위다. 수비도 개막 5경기서 4개의 실책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이 5.60으로 5위다. 선발과 중간 모두 철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지만, 살짝 삐끗했다.
KIA는 2024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구단은 보수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조상우를 영입했고, 외국인타자와 투수를 1명씩 바꾸며 안정보다 변화를 택했다. 이범호 감독은 2009년과 2017년 통합우승 후 추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투타 개개인의 페이스를 올리는 속도를 최대한 늦출 것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타자들이 대체로 개인 능력치가 좋아서, 무난한 출발을 했다. 단,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덜 올라온 느낌은 있다. 대표적으로 시즌 첫 등판서 흔들린 대투수 양현종, 돌아온 윤영철, FA 계약을 맺고 새출발했으나 27일 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된 임기영, 27일 경기서 무너진 마무리 정해영이 대표적이다. 이적생 조상우와 지난해 커리어하이를 찍은 곽도규, 마당쇠로 변신한 황동하 등도 약간 흔들렸다.
그래도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 원투펀치가 좋은 출발을 했다. 5선발 김도현, 지난해 부진을 딛고 돌아온 최지민, 메인 셋업맨 전상현 등의 컨디션은 매우 좋은 느낌. 여기에 위에 언급했던 선수들도 결국 페이스를 올릴 시간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도 작년처럼 3월 말에 이른 개막을 했으니, 투수들도 정비할 시간은 필요하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건 김도영과 박찬호의 부상 이탈이다. 김도영은 22일 개막전서 좌전안타를 날리고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1개월가량 재활이 필요해 보인다. 박찬호는 25일 경기서 첫 타석에 안타를 날리고 2루에 도루하다 오른 무릎을 다쳤다. 열흘 공백이면 돌아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타자들의 페이스가 좋다. 나성범과 김선빈, 최형우 등 해줘야 할 베테랑들이 결국 해준다. 김도영과 박찬호의 공격력을 베테랑들이 좀 더 힘을 내고, 김규성과 변우혁 등 젊은 선수들이 보완하면서 그럭저럭 메워내고 있다.
단, 박찬호의 수비 공백은 약간 틈이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26일 경기 초반에 나온 윤도현의 포구 실책이다. 결과론이긴 해도 그 실책으로 빅이닝을 헌납했고, 키움 타선의 흐름이 27일 경기까지 쭉 올라온 느낌은 있다.
이범호 감독은 윤도현이 수비에서 불안감이 있다고 판단, 윤도현도 살리고 팀도 살리기 위해 윤도현을 과감하게 2군에 내렸다. 대신 김규성을 주전 유격수로 쓰고, 변우혁과 홍종표도 중용한다. 수비를 더 안정감 있게 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투수들의 컨디션도 덜 올라왔으니, 디펜스를 강화하는 게 매우 좋은 조치로 풀이된다.
KIA는 예상치 못하게 NC와 키움에 스텝이 살짝 꼬였다. 이제부터 난이도 높은 상대를 만난다. 28~30일에는 한화 이글스와 주말 원정 3연전을 갖는다. 한화가 LG 트윈스에 주중에 스윕을 당했지만, 올해 분명히 전력이 좋아졌다. 대전 신구장 공식 개장경기라는 변수도 있다. KIA는 대전 신구장을 처음으로 밟아본다. 한화의 1~3선발을 상대하는 부담도 있다.
그리고 다음주에 올해 KIA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를 잇따라 만난다. 삼성은 NC에 루징시리즈를 했지만, 젊은 야수들의 성장이 돋보인다는 야구관계자들의 칭찬이 많다. LG는 개막 5연승을 질주하며 쾌조의 상승세다.
이범호 감독은 “초반에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실제 27일 경기만 해도 불펜 운영에서 좀 더 공격적인 선택이 보였다. KIA로선 이 9경기가 시즌 초반 레이스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하다.
그래도 KIA엔 디펜딩챔피언의 저력이 있다. 작년에는 2위만 만나면 펄펄 날며 격차를 벌렸다. 실제 삼성과 LG에 각각 12승4패, 13승3패로 압도적이었다. 올해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약간 꼬이는 느낌을 확실하게 반등할 힘을 보여준다면 KIA의 팀 애버리지는 올라온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반면 이 9연전서 상승흐름을 못 만들면 의외로 4월 전체가 꼬일 수 있다. 김도영과 박찬호의 공백도 가벼운 건 절대 아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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