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올해 11월→내년 4월…글로벌 투자자 준비 시간 부여
자금 유입·자금 조달 비용↓·환율 안정 기대효과 연기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연기되면서 기대했던 대규모 선진국 자금 유입이 미뤄지고 투심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8일(현지시간)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시작 시점을 당초 계획했던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5개월 미뤘다. 최종 편입 시점은 기존과 같이 내년 11월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테스트 거래와 시스템 준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WGBI 편입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획재정부는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준비 시간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입 비중도 분기가 아닌 월별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수정됐다. 당초 1년 동안 분기별로 편입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었다. 편입기간이 짧아지면서 8개월간 매월 동일한 비중(약 0.256%)으로 단계적 편입을 진행한다.
WGBI 편입 대상은 원화표시, 잔존만기 30년 이하의 고정금리 국채다. 종목 수는 지난해 10월 발표 당시 62개에서 이번에 63개로 늘었다.
WGBI를 추종하는 전 세계 자금 규모는 2조5000억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편입 비중은 2.22%로 WGBI에 편입된 전체 국가 중 9번째로 큰 규모다.
당초 WGBI에 편입 시 국내로 500억~600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입이 추정됐다. 지난해 정부는 WGBI 편입으로 560억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WGBI 편입이 6개월 연기됐으나 이에 따른 자금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GBI 편입 예정 시점까지 기간이 남아 있어 아직 유입된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WGBI 편입이 확정된 직후 국채 금리는 크게 반응하지 않은 바 있다.
다만 편입이 연기되면서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달러 유입으로 인한 환율 안정 등 기대 효과도 사라졌다.
WGBI 편입으로 세수를 일부 메꾸기를 기대했던 정부로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이어지는 데다 10조원 추가경정 예산이 편성된 만큼 적자성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적자성 국채는 국고채 금리를 올려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지 않아도 기획재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 국고채 발행을 예고한 상태다. 국고채 총발행 한도는 197조600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심리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채시장 선진화가 늦춰진 만큼 시장 신뢰를 제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 시기가 6개월 지연된 점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라며 “올해 국채 공급 부담에도 불구하고 11월이면 WGBI를 추종하는 자금 유입 기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매수 기회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그 인식이 축소될 수 있고, 일부 6개월 이상 지연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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