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KT 위즈 사이드암 토종 에이스 고영표(34)는 2024시즌에 좋지 않았다. 부상도 있었고, 마운드에서도 18경기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95에 그쳤다. 5년 107억원 비FA 다년계약 첫 시즌에는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했다. 문제는 주무기 체인지업이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영표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2023시즌 0.181이었다. 그러나 작년엔 0.273까지 치솟았다. 이게 올해 0.140까지 내려갔다.
KIA 타이거즈 좌타자 최원준이 15일 광주 KT전 직후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두고 “오타니가 와도 못 칠 것 같다”라고 한 이유가 있다. 체인지업의 구종 가치가 확연히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이강철 감독과 본인의 진단이다.
이강철 감독은 16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작년엔 체인지업이 처음부터 빗나갔다. 지금은 종으로 잘 떨어진다”라고 했다. 과거 한창 좋았을 때 그 공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더 이상 구속 욕심을 내지 않고 체인지업, 투심, 커브, 커터까지 조금씩 섞는데, 이 공들도 안정감이 있다는 게 이강철 감독 시선이다.
포심 평균구속이 134.8km밖에 되지 않고, 피안타율도 0.368이다. 그러나 구사율이 22.1%에 불과하다. 가장 좋은 체인지업을 51%로 높이니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하다. 결국 고영표는 올해 부활 조짐이다. 올 시즌 4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28이다.
특히 8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서 7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1실점, 15일 광주 KIA전서 6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3사사구 2볼넷 무실점이었다. KIA전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로 압도적인 투구였다. 생애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이 나왔다. 부활한 마구, 체인지업 덕분이다.
이강철 감독은 “영표는 살아가는 길을 찾았다. 스피드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무기를 안전하게 던진다. 아주 좋은 피칭을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를 두고 고영표는 “팀이 패배한 게 아쉽지 내가 승리를 못한 건 전혀 아쉽지 않다”라고 했다.
체인지업 얘기를 꺼냈다. 고영표는 “회복했다. 타자들 승부할 때 통했기 때문에 잘 풀어갈 수 있었다. 탈삼진도 많이 쌓이더라”고 했다. 탈삼진이 늘어나면서 투구수가 늘어난 건 한 시즌을 길게 바라보는 이강철 감독에겐 애로사항.
고영표는 “작년에 힘든 시즌을 보냈다. 내가 날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체인지업이 밋밋해졌다.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었다. 회복하기 위해 고민했다. 타이밍, 피칭 디자인 등을 감독님도 도와주고 외국인투수들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심리도 중요하지만, 원하는 타이밍에 힘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체인지업이 다시 예리해진 건, 결국 피치터널이 좋아졌다고 해석했다. “타이밍이 맞으면서 릴리스포인트까지 가는 힘이 좋아졌다. 타자 눈 앞에서 변할 수 있다고 느껴지더라. 감독님 말씀처럼 구속 집착은 버린지 오래다. 헛스윙 비율이 높아졌고 커트도 안 나오니 투구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삼진은 아무 일이 안 일어난 것이니 좋은 점도 있다. 체인지업의 구위가 좋아져 헛스윙이 많이 나온다”라고 했다.
체인지업을 ABS에 억지로 넣는 느낌으로 던지지는 않는다. 고영표는 “내 포인트에서 열심히 긁는다. 강하게 긁으면 선에 왔다 갔다 한다. 50~55개를 던지면 원하는 위치로 들어갈 확률을 높게 만들어야 한다.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어제는(15일) 3~40개까지 그렇게 됐다”라고 했다.
그런 고영표가 실제로 오타니를 상대한다면? 지금의 체인지업을 언급하면서 “한번쯤은 헛스윙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물론 자신의 체인지업 구위가 좋은 게 아니라 사이드암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 타자에겐 생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겸손함이 섞였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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