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일반
美, 엔비디아-AMD 칩 수출 잇달아 제동…1분기만 8조원 타격 예상
딥시크 때리는 미국…'중국 AI굴기' 꺾기 가속화
중국 AI 발전 차단 퍼붓는 트럼프…"웃는 건 화웨이" 전망도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미중 관세전쟁이 AI 반도체전쟁으로 번지면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성능 AI 반도체 'H20'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AMD의 'MI308'까지 대중(對中)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키면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가 함께 중국 인공지능(AI) 업체 딥시크에 대한 제재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내놓은 AI 칩 수출규제 중 가장 높은 강도로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중국의 'AI 굴기(일어섬)'를 꺾으려는 미국의 시도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가 엔비디아의 아시아 전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엔비디아가 규정을 위반하고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에 AI 기술을 제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엔비디아는 2주 내에 아시아 11개국 내 모든 고객의 세부 정보에 대한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하원 위원회는 소환조사 권한도 갖고 있다.
NYT는 이러한 미국의 조치가 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딥시크 연구원 일부가 중국군의 지원을 받는 기관들과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사 및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수개월 전부터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뒷받침해온 미국 기업들의 프로세서 수출을 단속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연일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AI 칩 H20과 AMD의 AI 칩 중국 수출을 무기한 제한하는 등 통제 강화 조치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는 미국이 2022년 고성능 AI 칩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면서 중국 시장을 겨냥해 따로 설계된 제품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취한 이유 중 하나로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모델 개발이 꼽힌다. H20은 딥시크의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칩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AI 혁신이 추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H20 칩이 이 작업에 최적화됐다고 본 것이다.
이번 조치들로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20칩은 엔비디아가 미 정부 규제를 준수하면서 중국에 수출할 수 있었던 유일한 AI 칩으로 엔비디아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해왔다. 엔비디아는 H20 칩을 수출하지 못할 경우 직격탄을 받을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수출규제 여파로 1분기(2∼4월) 엔비디아 손실액은 55억달러(7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AMD도 MI308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8억달러(1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반도체 해외 수출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뿐 아니라 중국 AI 투자 붐을 기대했던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I308과 H20 탑재되는 HBM인 HBM3(4세대)과 HBM3E(5세대)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해왔기 때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H20과 같은 제품의 출하 차질은 곧 관련 메모리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HBM은 전체 메모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수익성이 높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부가 사업 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수출 제한으로 AI 칩 시장 전반이 위축될 경우 HBM 수요 감소와 함께 메모리 단가 하락, 패키징 설비 가동률 저하 등 연쇄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생태계에 깊숙이 연결돼 있어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기존 주문 물량이 일부 조정되며 영향이 제한될 수 있지만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 외에도 엔비디아와 패키징 및 후공정 협력을 진행 중으로, 엔비디아의 AI 칩 수출 제한은 다양한 부문에서 국내 기업과의 협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엄격한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 본토 AI 생태계에서 반도체 역량이 향상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H20 칩 수출 규제로 인해 인공지능(AI) 칩 공급망 혼란을 초래해 중국 바이트댄스나 텐센트 같은 기업은 이제 엔비디아의 H20 대신 화웨이 제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씨티그룹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본래 2025년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의 50%를 H20 프로세서로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이제 화웨이와 캠브리콘의 인공지능(AI) 칩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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