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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삼진을 솎아낼 정도의 압도적인 투구가 아니라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투수가 있다. 바로 볼티모어 오리올스 스가노 토모유키다.
스가노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4구, 5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1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무려 136승을 수확,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과 정규시즌 MVP 타이틀까지 보유하고 있는 스가노는 올 시즌에 앞서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즌 첫 등판에서는 손의 경련 증세로 인해 4이닝 2실점(2자책)으로 승리를 손에 넣지 못했지만, 지난 6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맞대결에서 5⅓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두 경기 만에 꿈에 그리던 빅리그 첫 승을 맛봤다.
그러나 첫 승의 기쁨도 잠시였다. 세 번째 등판이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스가노는 4⅔이닝 동안 무려 8피안타를 허용하며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하고 강판됐다. 그래도 부진이 이어지진 않았다. 스가노는 1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상대로 7이닝 2실점을 마크,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홈팬들 앞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이날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매 경기 비슷한 흐름. 이날도 경기 초반 스가노의 투구는 상당히 불안했다. 스가노는 1회 선두타자 제임스 우드에게 타구속도 116.3마일(약 187.km)짜리 우월 솔로홈런을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후 네이트 로우와 루이스 가르시아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으나, 키버트 루이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조쉬 벨에게도 투런포를 허용하며 1회에만 무려 3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2회부터 스가노는 완전히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조쉬 테나-제이콥 영-나심 누네즈로 이어지는 위성틴의 하위 타선을 모두 땅볼로 요리하며 첫 삼자범퇴를 마크한 스가노는 3회에도 두 개의 땅볼과 1개의 뜬공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4회에는 딜런 크루스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워싱턴 타선을 봉쇄하더니, 5회에도 워싱턴 타선을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관록이 넘치는 투구를 뽐냈다.
스가노는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선두타자 로우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가르시아-루이스-벨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꽁꽁 묶으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 7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크루스를 1루수 땅볼, 테나를 2루수 땅볼, 제이콥 영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스가노가 7회 투구를 마친 시점에서 볼티모어는 2-3으로 워싱턴에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8회초 공격에서 볼티모어 타선이 동점을 만들어냈고,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패전 위기에 몰렸던 스가노는 '노 디시전'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 매우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투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유는 스가노의 9이닝당 삼진율은 2.89개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선발 투수 중 '꼴등'에 해당되는 까닭. 전체 84위다. 쉽게 말해 타자를 '압도'하는 공을 뿌리는 투수는 아닌 셈. 자칫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날에는 집중타를 맞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가노는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54의 성적을 거둬나가고 있다.
비록 타자를 압도하진 못하더라도 맞춰잡는 관록있는 투구로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충분히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스가노. 관건은 다음 등판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은 팀들과 붙었기 때문. 스가노의 다음 상대는 시범경기에서도 4⅔이닝 동안 무려 5점을 내준 뉴욕 양키스. 과연 스가노가 양키스라는 산도 넘어설 수 있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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