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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눈을 뗄 수 없는 액션과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무르익었다. 멋있고 맛있는, 아름다운 그 결과물 '파과'다.
2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민규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신시아가 참석했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민규동 감독은 '파과'로 다시 한 번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민 감독은 "오늘 '파과'를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이 시간을 위해 참 긴 시간 달려왔구나'하면서 많은 시간들이 스치는 시간"이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원작 소설 '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대표작으로 2013년 첫 출간 이후 탄탄한 서사와 강렬한 캐릭터로 호평받았다. 이에 대해 민 감독은 "원작은 내면 심리를 만연체로 독특하게 표현한 소설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셨다"면서도 "영화는 소설 리듬과는 다른 문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2시간이라는 영화적 제약이 크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로는 8부작으로 작업을 다 했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어려서부터의 지금까지 투우의 과거도 에피소드로 다 만들어놨다. 젊은 조각에서 나이 든 조각까지 사십몇년의 이야기도 만들어놨다. 강선생도 여자로도 각색하는 등 여러 각색을 했다"며 "그정도로 소설에 많은 모티브를 확장시킬 수 있는 퍼즐처럼 숨겨진 부분들이 많았다. 한 조각만 있어도 한 에피소드로 확장할 수 있을 정도로 에피소드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민 감독은 "소설은 사실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이 자주 만나지 않는다. 영화는 훨씬 많이 부딪힌다. 또 현재와 과거가 동시간대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구조를 취했다"며 "소설에서 반 정도를 차지하는 엄청난 분량의 과거를 현재에 등장해야하는 이유가 있는 지점에 보여주는 연출 방식을 취했다"고 원작과의 차이를 꼽았다.
아울러 "원작을 충실하게 재연한 것은 엔딩의 액션이다. 한때 전설적이었지만 지금은 퇴물 취급받는 조각이 정말로 전설이었고 지금도 살아있고 날아다니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현하는게 중요했다"며 "30대 젊은 남자와 맞부딪혀 경험과 실력, 공간을 이용하고 지혜를 발휘하고 오래 버티는 방식으로 끝내 승부를 가져가는 지점을 구현하고 싶었다. 단순히 액션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는 어떤 인간인지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인간의 방식을 보도록 마지막 메세지를 찾아갔던 것 같다"고 포인트를 짚었다.
이혜영이 영화 '파과'에서 모든 킬러들이 열광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전설적인 킬러 '조각'으로 분한다. '조각'은 오랜 세월을 통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노련함을 가졌으나, 세월로 인한 한계 또한 부딪히게 되는 캐릭터다.
이혜영은 레전드 킬러 '조각'으로서 그를 찾기 위해 킬러가 된 투우 김성철과 치열한 액션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 "막상 액션을 시작하려하니까 내가 부상을 많이 입었다. 성철 씨가 고생을 많이 했다. 연습할 때는 스턴트와 하니까 과감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펼쳤다. 막상 나랑 부딪히니까 힘이 다르지 않나. 성철 씨는 조금 아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성철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 화답했다. 이혜영은 웃으며 "어쨌든 나의 본 실력보다 훨씬 능력있는 여성으로 나온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혜영은 극 중 조각을 일컫는 '폐기물' 등의 표현을 두고 "처음 조각이라는 인물을 대했을 때, 남즐이 전설이라고 부르는 그 능력과 힘의 원천은 뭘까 생각했다"며 "늙었다거나 폐기물이라는 건 말에 불과하다. 그런 건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각은 그런 통념을 깬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나도 능력있는 여성이라는 것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조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조각이 '늙은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여 년의 시간 '조각'을 추격해온 끝에 '신성방역'에서 ‘조각’과 마주하는 투우는 김성철이 분한다. 김성철은 냉혹한 킬러의 면모와 함께 '조각'을 향한 알 수 없는 감정을 동시에 분출해 내며 지독하게 얽힌 두 킬러의 관계를 궁금하게 만든다
김성철은 이혜영과의 호흡에 대해 "이 액션이 드라마적으로, 감정적으로 접근하는게 맞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과 감독님과 했다. 어떤 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드라마를 했다. 그래서 우리가 합을 맞추는 액션이 시간이 꽤 걸렸다. 기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완벽하게 해야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덕분에 선생님과 전우애가 생겼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연기인생이지만 기억나는 몇가지 순간이 있다. 그중 가장 큰 기억은 선생님과 마지막 테이크다. 컷 이후 감독님이 나오셔서 오열을 하셨다. 그걸 보고 나도 오열을 했고, 선생님과 함께 셋이서 오열했다.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며 "작품이 다 끝난 것도 아니고 나는 촬영도 남았고 갈 길이 좀 있었다. 그런데 마치 정말 영화가 끝나는 것 같았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조각'을 구해준 비밀을 목격한 밤을 기점으로 예기치 못하게 킬러들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수의사 '강선생'으로는 연우진이 분했다. 강선생은 40여 년을 킬러로 몸담아 온 냉혈한 '조각'에게 처음으로 낯선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강력한 변수다.
연우진은 "촬영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고생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난 큰 액션이 없었다. 물론 마지막에 맞기는 했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배우님들, 선배님 다 너무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결과물이 영화에 잘 녹아서 너무 기쁘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어 "나는 처음 참여하면서 우리 영화가 힘이 있고 액션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이고 정서적인 교감에 있어서 내가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역할을 충실히 잘 이행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작품에 임했다"며 "다른 분들이 어떻게 찍고 계신지는 몰랐지만 감독님과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했다. 그 노력이 잘 담긴 것 같아 너무 만족스럽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신시아는 천부적인 킬러 재능을 지닌 '손톱' 역을 맡아 레전드 킬러 '조각'의 서사에 깊은 몰입감을 더한다. '조각'이 되기 전 '설화'부터 스승인 '류'(김무열)를 만나 '손톱'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입체적으로 선보인다.
신시아는 "나는 과거의 시간대에서만 계속 연기를 해서 현재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거의 보지를 못했다. 이렇게 전체적인 흐름을 다 보게되니까 더 신기하기도 했다. 내가 진짜 커서 그렇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며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극이 가진 힘이 느껴지고 메시지들이 잘 녹아들어서 전달된 것 같아서 아주 재밌게 봤다"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선배 이혜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이혜영 선배님은 레전드이자 우상이다. 내가 그런 선배님을 한 작품에서 만나고, 또 어린 시절을 연기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폐가 되지 않아야한다는 마음으로 많은 신이 있지는 않지만 촘촘하게 밀도를 쌓으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사에 끝무렵 민 감독은 예상 관객수를 묻는 질문에 "한번도 맞춰본 적이 없다. 여기서 제일 젊은 신시아 배우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공약도 걸어주셔라"라고 권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시아는 "많이 봐주시면 너무 좋지않냐"며 연신 민 감독을 향해 확인하더니 "300만 이상 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왜냐하면 정말 진심과 최선을 다해서 만든 영화다. 한번씩 궁금해주시고 봐주셔서 300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끝으로 민 감독은 "모든 영화들의 첫 시작을 응원하고 있다. 물론 시작할 때는 이혜영과 마동석의 영화가 같은 날에 개봉할 것이라 생각은 못 했다. '범죄도시4'에서 마동석과 김무열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다시 만나는 악연을 보니까 재밌다"며 "극장에 관객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극장만이 주는 체험이 어느때보다 풍성한 시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극장가 부흥의 바람을 드러냈다.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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