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중요한 순간에 못 친 기억들이 많아서…"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5차전 원정 맞대결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윤동희는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롯데에선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은 윤동희는 지난 7일 2군으로 내려가게 됐고, 1군으로 돌아온 뒤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퓨처스리그 7경기에서 3홈런 6타점 타율 0.500 OPS 1.488로 펄펄 날아올랐던 윤동희는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3안타 경기를 펼치더니, 24일에는 복귀 첫 홈런포까지 시키며 무력시위를 펼쳤다.
전날(25일)의 경우 1안타로 크게 빛나진 못했으나, 26일 경기만큼은 윤동희가 주인공이었다. 윤동희는 1회초 1사 주자 없는 첫 번째 타석에서 두산 선발 잭 로그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부터 다시 윤동희의 방망이가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0-3으로 뒤진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윤동희는 로그를 상대로 중견수 방면에 2루타를 터뜨리며 포문을 열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후 빅터 레이예스의 내야 안타에 3루 베이스를 밟은 윤동희는 후속타자 나승엽의 타석 때 레이예스가 2루를 향해 뛰자, 그 틈에 홈스틸을 성공시키며 팀에 첫 득점을 안겼다.
활약은 이어졌다. 윤동희는 2-3으로 뒤진 8회초에는 두산의 바뀐 투수 최지강을 상대로 내야 안타를 뽑아냈고, 상대 폭투에 다시 한번 스코어링 포지션에 안착했다. 그리고 레이예스의 안타에 홈을 밟으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4-3으로 앞선 9회초 1사 1, 2루에서 윤동희는 두산 이영하를 상대로 1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쐐기를 박았고, 나승엽의 내야 안타에 세 번째 득점을 만들어내며, 롯데의 7-4 역전승의 선봉장에 섰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난 윤동희는 '타격감이 좋은 것 같다'는 말에 "감이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려하고 하는 게, 계속해서 좋은 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기쁜 승리의 소감을 전했다.
2군으로 내려가기 전과 지금, 짧은 기간이지만 어떤 것들이 바뀌었을까. 윤동희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리고 2군으로 내려가기 전에는 포인트가 계속 뒤에 있었다. 직구와 변화구를 같이 치려고 하는 게 있었다. 아무래도 변화구 승부가 중요한 상황이 많아서 변화구를 의식했는데, 그러다 보니 포인트가 늦어지고 스윙도 작아졌다. 2군에서는 포인트를 앞에 놓고, 2S 이전에 과감하게 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윤동희는 빠르게 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2군 코칭스태프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김용희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자신 있게 돌려라. 무조건 초구부터 치고, 공 보려고 하지말고, 과감하게 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인 시절부터 많이 도와주신 이병규 코치님과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 보니 덕분에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동희는 "형, 선배님들도 내려갈 때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좋은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항상 혼자서 모든 걸 이겨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도와줬기 때문에 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2군에서는 '살 길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고, 온전히 내게 시간을 쏟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단연 홈스틸 상황이다. 윤동희는 "어느 정도 코치님과 이야기가 됐던 상황이다. '레이예스가 2루 도루를 시도하면, 3루에서 홈으로 들어간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스윙과는 무관했다. 레이예스가 도루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4안타 경기에 대해선 "4안타를 쳐본 적이 많이 없는데, 의식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중요한 순간에 못 친 기억들이 많아서, 후회 없이 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돌렸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었다.
윤동희는 오랜만에 '절친' 김민석과도 마주했다. 윤동희가 형이지만, 둘은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상당히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에 앞서서는 야구 배트를 선물로 줬다고. 윤동희는 "오늘 (김)민석이가 내 배트를 가져갔는데, 그걸로 치더라. '괜히줬다'는 생각도 했는데, 내가 2년차에 민석이 배트로 득을 봤다. 그래서 이번엔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잘 칠 줄은 몰랐다. 다른 팀이지만, 항상 응원하는 동생이자 선수이기에 잘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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