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경현 기자] "이렇게 스윙이 좋은데 왜 너만 널 못 믿냐?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히트상품' 오명진이 인생 경기를 펼쳤다. 오명진은 부진을 끊어낸 비결로 주변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오명진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홈런 1볼넷 2득점 6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쏘아 올렸다. KBO리그 역대 19번째 기록이자 베어스 역사상 3번째다. 앞서 2001년 잠실 SK(현 SSG)전 송원국이 베어스 선수 중 최초로 데뷔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작성했다. 2012년 6월 14일 사직 롯데전 최주환이 두 번째 기록을 썼고, 이날 오명진이 세 번째로 베어스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KBO리그 1호는 1982년 3월 27일 동대문 삼성전 이종도(MBC)가 작성했다.
첫 타석 유격수 땅볼로 타격감을 조율한 오명진은 두 번째 타석에서 역사를 썼다. 4회말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두산이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오명진은 송재영의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포를 때려냈다. 시즌 1호이자 데뷔 1호 홈런.
세 번째 타석에서도 장타를 때려냈다. 5회말 1사 2루에서 오명진은 우중간 2루타를 뽑았다. 이어 박준영의 2루타 때 득점을 올렸다.
쐐기 역시 오명진이 박았다. 6회말 2사 1, 2루 네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오명진은 7회말 2사 만루에서 다섯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상대 투수는 박시영. 1-0 카운트에서 박시영의 빠른 공을 공략,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타를 뽑았다. 오명진의 활약으로 두산은 13-4 대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오명진은 "맞자마자 홈런이라 생각했다"며 "(박석민) 코치님도 '슬라이더 한 번 노려봐라'고 하셨다. 슬라이더가 와서 넘어갔다"고 만루홈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무명의 반란이다. 2020년 1군에 데뷔한 오명진은 이날 전까지 16경기를 뛰었고, 홈런을 하나도 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전까지 1군 9경기 출전에 그쳤다. 2군에서는 248경기를 소화,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오명진은 "2군에서 참 열심히 했다. 2군에서 열심히 하면 1군에서, 지금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저처럼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407로 타격왕에 올랐다. 활약을 바탕으로 1군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하지만 10일까지 10경기에서 타율 0.111에 그쳤고, 2군으로 내려갔다. 23일 1군에 복귀한 오명진은 이날까지 5경기서 18타수 9안타 타율 0.500을 적어냈다. 25일 롯데전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때려냈다.
2군에서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오명진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털적으로 많이 정비를 했다"라며 "타격 코치님께서 '너 이렇게 스윙이 좋은데 왜 자신을 못 믿냐' 그런 말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한 번 (나의) 스윙을 믿어보자. 투수랑 진짜 싸워보자. 나랑 싸우지 말고' 그렇게 생각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오명진은 "(23일 1군에 콜업됐을 때) 다시는 이천(두산 2군 구장 소재지) 안 간다라는 생각으로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감독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오명진은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게 크다"며 "믿어주신다는 게 선수로서 느껴진다. 감독님 덕분에 좋은 기회 많이 받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재환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25일 1차전 오명진을 포함해 5실책을 남발하며 8-2로 패했다. 두 번째 경기에 앞서 선수단 단체 미팅을 했다고 한다. 오명진은 "김재환 선배님께서 어린 선수들에게 '야 뒤에 형들이 있으니까, 너희는 쫄지 말고 당당하게 해라. 실수해도 되니까. 뒤에 형들이 다 책임질 테니까'라고 하셨다. 그 말이 저에게 많이 힘이 됐고 감동 받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명진은 "오늘 같은 날은 1년에 몇 번 없지 않나.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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