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 트윈스의 '심장' 박용택(41)의 은퇴투어가 여론의 벽에 부딪혔다. 은퇴투어란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는 선수가 각 구단별 마지막 방문 경기 때 원정팀으로부터 축하를 받는 의미 있는 행사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박용택의 은퇴투어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 사이에 공분이 있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찬반투표까지 실시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은퇴투어를 추진한다는 자체 만으로 이렇게 여론이 들끓을 줄은 몰랐다. 은퇴투어의 규모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은 물론 심지어 당사자의 의견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반대'부터 외치는 목소리가 꽤 많았다.
이유는 '자격 미달'이라는 것이다. 국가대표로서 기여도가 부족하다는 의견,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없다는 의견, 여기에 2009년 타격왕 논란까지 다시 불거지며 박용택의 아픈 곳(?)만 찔렀다. 개인 통산 2478안타를 터뜨려 KBO 리그 통산 최다안타 1위 기록의 주인공인데도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KBO가 처음으로 은퇴투어를 기획한 것은 2017년 '국민타자' 이승엽의 은퇴투어 행사였다. 당시 KBO는 9개 구단에 협조를 구해 마지막 방문 경기에서 축하 행사를 열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했다. 리그 최초의 은퇴투어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규모는 당연히 성대했고 화려했다.
같은 해에는 '미니 은퇴투어'를 펼친 선수도 있었다. 바로 '호부지' 이호준이었다. 마지막 인천 원정에서 친정팀이었던 SK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을 계기로 상대팀의 축하를 받은 이벤트가 이어졌다. 이후에도 상대팀들이 전광판에 축하 멘트를 띄우고 꽃다발을 증정하는 소소한 행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자체 만으로 의미는 있었다. 이는 KBO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가 아니었다.
물론 박용택의 경우에는 선수협이 추진하고 구단도 이에 발맞춰 행사를 계획하려는 것은 맞지만 이승엽처럼 KBO가 직접 나서서 은퇴투어를 기획하는 것과는 케이스가 다르다. 따라서 행사의 규모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이승엽의 사례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또한 박용택의 은퇴투어를 추진하는 것이 갑자기 결정된 뜬금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박용택은 생애 세 번째 FA 역시 LG와 계약을 맺었다. 당시 LG와 2년 계약을 맺은 그는 "2년 뒤에 옷을 벗겠다"고 못을 박았다. 은퇴를 예고한 것이다.
이러니 박용택의 은퇴 행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앞서갈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박용택의 마지막 시즌이 밝아오자 은퇴투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은퇴투어라는 행사는 개최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은퇴투어는 은퇴를 예고한 선수가 아니면 사실상 개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은퇴를 예고하는 선수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은퇴투어를 추진하는 것 조차 몇몇 선수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레전드 스타들도 예고 없이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물론 갑작스럽게 은퇴를 결정한 선수가 은퇴식을 치르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하루면 충분한 은퇴식과 달리 은퇴투어는 여러 날짜를 필요로 한다. 이미 리그 통산 최다안타 1위 기록을 갈아치우고 한 팀에서만 20년 가까이 뛴 레전드 선수가 은퇴를 예고했으니 현장에서는 쉽게 찾아오기 힘든 은퇴투어의 기회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당연했다.
[박용택.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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