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지훈 기자] "내가 미치고 싶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두산 베어스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4)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깜짝 활약을 펼칠 소위 '미친 선수'가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자신이 미치고 싶다고 이야기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주전 우익수로 예상됐던 임재철은 이성열 등에 밀려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인터뷰마다 "포스트시즌에 주전으로 나가게 된다면 마지막 포스트시즌이라는 각오로 몸을 불사르겠다"는 비장한 소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베테랑 임재철의 자존심이 걸린 한 판이었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357(14타수 5안타) 2타점의 맹타와 안정된 수비로 만점 활약을 펼친 임재철은 정작 자신이 공언한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3차전 연장 11회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임재철의 약속은 미디어데이 후 불과 4일만에 현실이 됐다.
6-6 동점이던 9회말 1사 2,3루 끝내기 기회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면서도 자신이 끝내지 못해 방망이를 집어던질 정도로 승부욕을 보이던 임재철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연장 11회초 2점을 내 줘 6-8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11회말 무사 만루에서 그의 타석이 돌아온 것이다.
2-1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렸던 임재철은 정인욱의 포크볼을 침착하게 골라낸 뒤 5구째 직구가 들어오자 날카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타로 3루 주자 이종욱과 2루 주자 용덕한을 불러들이며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손시헌의 우전 안타가 터져 경기를 끝내자 '미친 선수' 임재철은 두 손을 들고 플레이오프들어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잠실구장에 모인 3만명의 얼굴 그 누구보다 밝게.
[연장 11회말 2타점 동점타를 터트린 임재철.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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