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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다는 건 나쁜 의미로 잠시 정신 줄을 놓는 것을 의미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친다는 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진정한 프로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그맨 김병만은 개그에 진정으로 미친 사람 이다. KBS 개그콘서트 최장수 코너인 ‘달인’을 3년 가까이 이끌고 있는 잔재주 없이 오로지 리얼리티 몸개그를 구사하는 개그맨이다.
'달인'의 구성은 아주 단순하다. 자신을 달인이라고 우기는 이(김병만)가 방송에 나와 덜 떨어져 보이는 조수(노우진)와 함께 시범을 보이다 실패하고 급히 달아나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 도전 분야가 범상치 않다. 트램블린 위를 날뛰며 컵라면을 먹거나 대형 생수통으로 입으로 빨아들여 찌그러뜨리고, 청양 고추와 고추냉이를 잔뜩 먹는다. 자칫 가학적이거나 피학대이거나 위험천만해 보일 수 있는데 그걸 김병만이 해내면 신기하고 웃긴다. 그리고 성공할 때부터 실패할 때 더 큰 박수를 받는다. 흔한 유행어 하나 만들지 않고 오로지 무리한 상황에 태연하게 임하는 달인의 몸개그만 으로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낸다.
1주에 1, 2개씩 3년간 210가지 달인 아이템을 소화했다는 데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어떤 것은 체력적이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인내심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체조 링을 하기 위해 몇 주씩 체육관에서 살기도 한다. 온몸에 파스 붙이며 내내 연습하다 녹화 며칠 전에 파스 자국을 보일 수 없다며 떼고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그리고 온몸이 욱신거리는 아픔으로 감수하고 혼신으로 개그를 펼친다. 도전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볼 때마다 그 재치 있는 아이디어와 함께 무모한 도전에 감탄하다가도 저러다 자칫 부상이라도 입을까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낼 때는 뭔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159Cm의 단신이지만 김병만은 천부적인 운동감각을 지녔다. 보통 사람이면 몇 개월 이상 수련해야 가능할 일들은 한 달, 짧게는 일주일 만에 마스터한다. 때론 무박으로, 하루 2, 3시간씩 자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습량도 크게 일조한다. 편집 분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5분 내외 코너를 위해 일주일 내내 땀을 흘리는 김병만. 그가 연출하는 달인은 말장난을 앞세운 인스턴트 웃음과 다른 무언가 느껴진다. 하나하나가 ‘진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길이 남을 수 있는 희극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병만. 그가 롤모델로 삼은 선배들은 배삼룡, 구봉서, 이주일, 심형래 같은 정통 코미디언이다. 뭘 하든 김병만의 색깔이 들어있는 김병만표 코미디를 오래도록 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리고 그 꿈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개그맨 김병만. 사진 = '개그콘서트', '한밤의 TV연예' 방송화면]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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