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강지훈 기자] "내 이런 한국시리즈는 난생 처음 본다"
18일 대구구장. 2-4로 석패한 삼성 라이온즈를 원년부터 대구구장에서 지켜봤다는 한 중년팬은 이런 넋두리를 들려줬다. 무슨 말인가 하니 3경기 연속 상대 선발을 무너뜨리고도 3연패 한 경기는 수많은 한국시리즈 경기를 봤어도 처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한국시리즈가 그렇다. 매 경기 삼성 타선은 SK 와이번스 선발진을 마운드에서 5회 전에 끌어내렸다. 그런데도 충격의 3연패다. 대타 선발들이 아니다. 다승왕도 있었고 최고의 외국인 투수도 있었다. 하지만 1승도 얻지 못했다.
흐름은 1차전부터 이어졌다. SK의 1차전 선발은 올 시즌 다승왕 김광현. 삼성 타선은 4회까지 삼진 8개를 당하며 철저히 막혔지만 5회 볼넷 3개와 2안타, 폭투 1개를 묶어 순식간에 3점을 따내며 김광현을 4⅔이닝만에 강판시켰다.
3-2로 경기를 뒤집자마자 삼성은 권혁을 필두로 한 필승 계투조를 투입했으나 권혁-권오준-오승환-정현욱 4명의 특급 계투진을 5회에 몽땅 투입하고도 오히려 3점을 허용하며 재역전당했다. 이우선의 ⅔이닝 4실점은 치명적이었다. 반면 SK는 정우람-정대현-전병두-송은범이 4⅓이닝을 2점으로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2차전도 이어졌다. 깜짝 선발이긴 했지만 최근 페이스가 좋아 한국시리즈 선발로 낙점된 이승호(37번)를 철저하게 물고 늘어지며 2회에 강판시켰다. 선취점을 뽑았고 차우찬은 5⅓이닝을 3실점으로 버텼다. 하지만 또다시 전병두-이승호(20번)-정대현-송은범의 계투진은 7⅓이닝 4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의 '류현진급' 스탯으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올 시즌 최고의 해를 보낸 외국인 투수 카도쿠라를 2이닝만에 강판시킨 3차전도 마찬가지. 또다시 이승호(37번)-전병두-정우람-정대현-송은범-이승호(20번)의 '벌떼 계투진'에 삼성은 1회에 첫 점수를 따고 9회에 1점 추가할 때 까지 무려 7개의 '0'을 전광판에 새겼다. 배영수는 4⅔이닝 2실점으로 나름 제 몫을 했으나 살얼음판 승부를 버티지 못한 삼성 불펜이 먼저 무너졌다.
선발이 경기 초반 무너져도 결국 승리를 따내고야 마는 SK의 이와 같은 괴력은 SK 이전에 '왕조'를 건설했던 선배 팀들이 단기전에서 승리를 얻은 방식과 판이하다. 1980년대의 해태 타이거즈는 선발과 마무리까지 오가며 전천후로 상대를 압박했던 선동열이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었고 2000년대의 현대 유니콘스는 정민태-김수경-임선동 등 최강의 선발진으로 승리를 따낸 팀이었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우승 트로피를 쌓아올리면서 SK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또 하나 올 정규시즌 삼성의 가장 큰 무기가 '불펜'이었다는 점에서 삼성이 받는 데미지는 더욱 크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피로한 삼성의 불펜은 SK 불펜에 3연패했다. 상대의 가장 강한 부분을 짓밟고 승리를 따냈다는 점에서 SK의 3연승은 말이 필요없는 완승이다. 잔혹할 정도로 강한 그 야구, 흉포하다.
[사진 = 3번째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둔 SK 와이번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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