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강지훈 기자]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가진 미디어데이에서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경기 중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경기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대구"라고 회상했다.
'야신'도 눈물을 훔치게 한 2002년 한국시리즈는 삼성팬들에게는 21년의 기다림 끝에 얻어낸 첫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LG팬들에게는 지난 16년동안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기억으로, 많은 야구팬들에게는 한국시리즈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회자되는 시리즈였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당시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 플레이오프에서 KIA를 혈전 끝에 격침하고 지친 몸으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최강 전력을 구축한 삼성과 맞닥뜨렸다. 객관적 전력상 뚜렷한 열세였으나 이 시리즈를 통해 비로소 '야신'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김 감독의 LG는 대등한 승부로 LG팬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그리고 대구구장에서 열린 운명의 6차전. 5-5로 팽팽한 6회초 2사 1,2루에서 김 감독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김재현을 대타로 불러냈다. 하지만 김재현은 모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타점 적시타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고 이제 7차전에 이르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9-6으로 앞선 9회말 연투에 지칠대로 지친 최고 마무리 이상훈은 이승엽에 동점 3점홈런을 얻어맞았고 곧바로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으로 달구벌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면서 김 감독은 프로야구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한국시리즈의 패자가 돼 눈시울을 적셨다.
하지만 8년만에 대구구장을 찾은 김 감독은 그 때의 눈물을 완전히 잊게 할 완벽한 경기로 SK와 자신의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2002년 자신을 눈물 짓게 했던 달구벌에서, '야신'이라는 별명과 패배를 동시에 안겼던 당시 삼성 감독 김응용 현 삼성 사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8년 전 함께 눈물을 흘렸을 김재현과 이승호(37번)를 우승의 주역으로 격상시키면서.
이제 야신에게 대구구장은 2002년의 '한(恨)'이 아니라 2010년의 '환희'로 기억될 전망이다.
[사진 = 김성근 SK 감독]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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