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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인생은 아름다워'동성 커플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와 파장, 의미는 무엇인가?
“그냥 더러운 젖은 걸레로 얼굴 닦인 기분. 시차고 흐름이고 리듬이고 엉망되고…”김수현작가가 23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분노에 가까운 이 글은 김수현 작가가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23일 방송분에서 극중 경수(이상우)-태섭(송창의) 커플의 성당 언약식을 방송사가 삭제편집을 해 불방처리한 데 따른 반응이다.
김수현작가 특유의 색깔이 담긴 반응을 보면서 떠오른 풍경 두 개가 있다. 바로 지난 9월 29일
‘참교육 어머니 전국모임’과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연합’이라는 단체가 한 일간지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SBS 책임지라”고 극단적인 표현을 쓰며 ‘인생은 아름다워’를 비판한 의견광고가 그중의 하나다.
그리고 또 하나의 풍경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연예인 홍석천이 지난 20일 ‘강심장’에 출연해 한 말이다. “저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이가 저희 같은(동성애) 아이였다. 그 아이가 드라마를 보고 갑자기 용기를 내 부모님께 동성애자임을 말씀드렸다. 아버님이 굉장히 보수적인 분이신데 '널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우리 아들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아버지와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한다. 이 아이가 자살도 결심했었던 아이다. 드라마가 어떤 한 가정의 한 생명을 살리고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희망을 주었다.”
동성애자를 주요 캐릭터로 전면에 내세워 방송전부터 일부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방송중단요구에 시달렸고 방송중에는 찬반논란이 끊임없이 증폭시켰던‘인생은 아름다워’은 종방을 앞둔 시점에서도 여전히 동성애 묘사에 대한 양극단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한쪽에선 생명까지 구한 드라마라고 찬사를 보내는가 하면 한쪽에선 드라마로 인해 게이와 에이즈환자 양산할 수 있다는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제작발표회에서 만난 SBS 고위 관계자부터 방송도중 만난 대학생 시청자에 이르기까지 극중에서의 동성애 묘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성애에 대한 미디어의 태도와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성애 대한 편견과 왜곡, 부정적인 시선이 우리사회에 강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동성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사람도 많고 동조는 않지만 이해하는 사람도 늘었다. 분명 성적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 바로 ‘인생은 아름다워’다.
TV라는 매체에 동성애가 등장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만큼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부정의 철옹성을 쌓고 있었다. 1996년 ‘송지나의 취재파일’에서 방송사상 최초로 레즈비언을 다룰 때나 1999년 특집극‘슬픈 유혹’에서 남성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웠을 때의 반감과 편견, 비난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동성애자는 사회에서 유폐된 비가시적 인간”“동성애자들은 가족한테도 자신을 숨겨야했다. 사실 한국 같은 가국체제에서 국가로부터 배제는 사회에서의 일상적 차별과 가족관계로부터의 추방을 수반하는 것”이라는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미디어의 행태를 보여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전규찬 교수의 지적처럼 동성애는 우리사회에선 여전히 동성애라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금기이고 도덕적 터부이며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는 강력한 전염병이라는 인식이 엄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에게 사회적 차별과 인권침해 등이 당연시됐다. 2004년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이전까지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선 '동성애'를 '변태적 성행위'로 규정한 것을 보면 얼마나 우리사회가 얼마나 동성애자를 가혹한 편견과 왜곡된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봤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서 동성애를 변태적 성행위로 규정한 부분을 삭제하는 등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과 인식은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편견과 왜곡된 시선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보여주는 동성커플의 묘사는 불편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성적취향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의 생존과 행복을 침해할 수 없다. 그 너무나 당연한 원칙을 ‘인생은 아름다워’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성애 묘사는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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