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기'하고 있네'하는 생각 들때가 제일 무섭다"
[마이데일리 = 금아라 기자] 여기,‘이름값 하는 배우’가 한명 있다. 멜로, 스릴러, 코미디, 시대극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 황정민(40)이다. 거침없는 연기행보만큼 시원시원한 말투에는 근 20년 연기자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구태여 감추려 하지도 않고 소위 멋나는 말만을 늘어놓지도 않는다.‘숨길게 없어 이렇다’는 게 본인의 말이지만 마치 양파껍찔처럼 오밀조밀 비밀에 둘러싸여있는 연예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비유를 들자면 된장 같은 남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남자, 또다시 형사복을 입었다. 영화‘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사생결단’ 등에 이어 ‘부당거래’까지 형사 역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듯 하다. 그러나 본인은“그냥 캐릭터가 좋아서다.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형사가 아닌 회사원 정도로 생각될 것”이라며 수더분하게 웃는다.
영화 ‘부당거래’는 일명 ‘간 보기에 바쁜 영화’다. “왜 사회에서도 서로 뒤쳐지지 않으려고 가면을 쓰고 슬쩍 간 보고 빼고 이런 경우가 많지 않나? 머리싸움이라기 보다 인물들 사이에서 간을 보기에 바쁜 모습들이 그려진다. 강하지만 마초적인 영화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속내를 알수 없는 인물이 돼 'LA컨피덴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황정민은 영화에서 일명 '빽 없는' 형사인 최철기로 등장, 자신의 비리를 무마하려 하는 검사 주양(류승범 분)을 도와 비열한 거래를 벌이게 된다. 제목에 착안해 그의 은밀한 (?)과거에 대해 물었더니“뭐 일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오히려 쉽게 말문을 연다.
“사회에서 조직생활하면 어느 사람이건 간에 받을 수 있는 제안인 것 같다. 경험상 부당한 거래는 되도록 안하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꼭 사람간에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내면에서도 나 스스로 합리화 시키거나 타협을 하는 것도 해당된다. 자신이 굴복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것을 알고 모르는 것을 종이 한장 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다르다”
'황정민' 이름 석자 앞에는 으레 대중이 붙여준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배우로서 자랑스러울 애칭이나 정작 본인은“말도 안된다”며 손을 내젓는다. 이에 굴하지 않고(?)불혹의 나이에 ‘국민배우’ 호칭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거듭 선수를 치자 “40이면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 나이다”며 “젊을 때야 내 연기가 제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당시 내 생각은 오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좀더 세련된 연기를 하고 싶고 연기가 아닌듯한 연기를 하고 싶다. 이제 걸음마를 뗐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올해가 끝나기까지 3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황정민의 행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년 개봉할 영화 ‘모비딕’을 위한 준비도 이미 병행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 쉴 계획은 없는지를 물었더니 “왜 자꾸 쉬라고 하는 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다섯살 난 아들과 놀이공원을 다니며 놀아주느라 몸이 고달프다(웃음). 하지만 그 일상들이 날 쉬게한다. 거창하게 휴식 기간을 갖기 보다 간간히, 소소하게 개인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작품에 몰두하게 되면 사람들 잘 안 만나게 될 테니 그전에 날 잊지말라고 주입식 만남을 갖고 있다(웃음)"
[배우 황정민, 영화 '부당거래' 스틸컷.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필름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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