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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3년 전 영화 ‘추격자’로 50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영화가에 불모지라고 할수 있는 스릴러 장르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역 나홍진 감독,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뭉친 ‘황해’는 ‘블록버스터’임을 숨긴 조용한 ‘블록버스터’다.
‘황해’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러닝타임은 160여분,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황해’를 본 후 느끼는 것은 ‘독함’, ‘무거움’,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을 넘는 '혈연(血演)’이었다.
나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전작 ‘추격자’는 충분히 무겁고 독했다. 하지만 ‘황해’는 ‘추격자’에서는 예상치 못한 리얼함이 상영시간 내내 흐른다. 한마디로 유혈이 낭자한 액션이 돋보이는 드라마 영화다.
기본 시나리오는 중국 연변에 사는 조선족 택시기사 구남(하정우 분)이 빚을 갚고 아내를 찾기 위해 면가(김윤석 분)의 살인청부 의뢰를 받고 한국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구남은 갖은 고초를 겪고 한국에 와서 살인 대상을 찾지만 그는 다른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살해 용의자가 된 구남은 한국 경찰에 쫓기게 되는 이야기다.
나 감독은 극 중 살인 장면은 물론, 조직폭력배와 면가 일당에게 쫓기는 구남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잔인한 장면이 보인다. 칼에 찔리는 구남의 모습,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인물들은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극의 전체적인 힘을 싣기 위한 그의 연출에서 이 같은 장면은 중요해 보인다. 감독의 고집이 최대한 반영된 볼거리인 것이다.
‘황해’는 상업 영화다. 기본 시나리오는 물론 제작비 또한 여느 국산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자됐다. 하지만 다른 블록버스터가 ‘다수의 대중을 위한 작품’에 치중한데 반해 ‘황해’는 나홍진 감독의 고집이 유감없이 표현됐다.
다소 잔인함의 수위가 높을 수는 있지만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는 액션과 하정우, 김윤석 등의 배우들의 연기는 그런 잔인함을 상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 정도로 하정우는 극 중 구남을 연기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인터뷰 중 농담 삼아 “받은 대본에 산을 넘는다, 구른다, 하늘을 바라본다”만 있었다고 회상하던 그의 이야기처럼 구남은 바닷물을 덮어쓰고,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고 경찰에 쫓기면서 뛰고 또 뛴다.
면가 역의 김윤석 또한 ‘정말 조선족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잡아 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잔인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흡사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악마를 보았다’의 살인마 최민식의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감정이입을 배제한 카메라 워킹 또한 ‘황해’의 백미다. 다수의 화면이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돼 불안정한 주인공들의 심리, 그리고 사건의 전개를 긴박감 있게 표현해냈다. 여느 장르 영화들이 배우의 심리 묘사에 치중했다면 ‘황해’의 카메라 워킹은 다소 3자적인 시선을 가지고 극을 풀어나간다.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이 같은 시선은 영화 전반에 독특한 매력을 부여한다.
스릴러 물의 형태를 띄고 공개된 영화 ‘황해’는 구남이라는 한 남자가 왜 살인 청부를 맡고 한국에 와서 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지독할 정도의 리얼리티를 가졌다. 하정우와 김윤석은 이미 화면에서 사라지고 조선족 택시기사 구남과 개장수 면가만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황해’는 감독과 출연진은 같지만 3년 전 작품 ‘추격자’와는 분명히 다른 작품이다. ‘황해’는 한 남자의 리얼리티를 그린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나 감독은 ‘상업영화’와 ‘장르영화’의 경계선을 교묘히 넘나들면서 자신 만의 세계를 또 다시 창조했다.
영화 ‘추격자’의 주역인 하정우와 김윤석, 나홍진 감독이 다시 만난 ‘황해’는 300여일에 이르는 170회차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오는 22일 개봉된다.
[사진 = 쇼박스 제공]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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