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드래프트는 '존 월 드래프트'라고 불렸다. 월은 2003년 르브론 제임스 이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NBA에 입성했다. 한국에도 오는 31일 열리는 프로농구 2011년 신인 드래프트를 '오세근 드래프트'라고 부른다. 오세근(24·중앙대)은 2002년 김주성 이후 대학농구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고3 때 농구대잔치에서 프로 선수들이 즐비한 상무를 상대로 '20-20(21점 25리바운드)'으로 대학무대를 지배하기 시작한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농구대잔치에서 전설의 52연승을 수립하면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1987년생 토끼띠인 오세근에게 2011년은 자신의 해이자 프로농구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해다. 프로농구 평정을 꿈꾸며 강원도에서 재활에 한창인 오세근을 만났다.
재활을 강원도 평창에서 하고 있다고 들었다.
발목이 안 좋고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다운돼 평창에서 재활을 하고 있다. 서울에 있으면 여기저기 찾는 사람이 많아서 조용히 재활에만 집중하려고 평창에서 한다. 드래프트 전인 1월 27일 돌아올 예정이다. 아직 달릴 때 통증이 좀 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일 것 같다.
내가 돋보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김)주성이 형, (이)승준이 형이 공격을 도맡고 나는 리바운드와 골밑 수비 궂은 일을 주문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목도 안 좋고 광저우아시안게임 무렵 컨디션도 무척 저하된 상태라 안타까웠다. 음식도 입에 안 맞아서 고생이 많았다. 병역문제가 전부는 아니지만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까지 기다릴지는 구단과 상의해봐야 겠다. 그 때 대표에 뽑히리란 보장도 없고(웃음).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아프면 경기력이 많이 떨어지니까 꾸준히 활약하도록 조심해야 한다.
중국은 어떻던가.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올해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도 역시 중국에서 열린다.
기사를 봤다. 쉽지가 않겠다. 왕즈즈가 10cm 이상 큰 상대라 수비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판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쿼터에서 완전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계속 휘슬 불어 끊어버리면서 3점 몇 방 얻어맞으니 흐름이 그냥 넘어가버렸고 4쿼터 마지막에도 다 따라 붙었는데 엄한 파울을 불고 상대 파울은 불어주지 않으니 방법이 없더라. 하지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우리도 그랬으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중국이 주는 위압감은 분명히 없었다. 야오밍, 이지엔리엔이 빠지니까 오히려 이란 등 중동이 더 위협적이다. 올림픽이라는 꿈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목표를 다시 세워야겠다.
1년 유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얼리 엔트리로 프로에 일찍 진출할 생각은 없었나.
중3 때 처음으로 농구를 시작하면서 농구부에 들어가고 하는 과정에서 1년을 유급했다. 지금 와서는 얼리 엔트리를 안한 게 후회가 된다. 지난해 드래프트에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올해가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해이고 아시안게임의 해였는데 제대로 해 낸 것이 없다. 대학 농구리그가 시작돼 기록 누적으로 상을 주다보니 대표팀 때문에 계속 자리를 비운 내게 주어진 개인상도 없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발목이 아픈 상태에서 (김)종규와 대결이라 스스로 자제를 못하고 흥분해 페이스를 망친 점이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데 마무리를 잘 못해서 안타깝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내 보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래도 쿼드러플더블이라는 대기록을 남겼잖은가.
쿼드러플더블이라니... 트리플더블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농구는 어시스트 규정이 까다로워 센터가 두 자릿수의 어시스트를 하긴 거의 불가능하다. 블록슛도 그 전까지 9개가 최고였다. 그 날은 내게 더블팀이 계속 와서 골밑에 기회가 많았다.
'오세근 드래프트' '김주성 이후 최고 빅맨' 등의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올해 대학리그 성적때문에 굉장히 말이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물론 1순위로 지명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실망감이 크겠지만 1순위로 지명되고도 팀에서 좋은 활약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프로농구팀들과 연습게임도 많이 해 보면서 철저히 준비해 왔다. 대학에서는 센터였지만 프로에서는 파워포워드로 뛰어야하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할 생각이다.
드래프트의 특성상 하위팀에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 때는 1년에 지는 경기가 몇 번 안됐지만 프로에서는 몇 연패를 할지도 모른다.
지는 법도 배워야 한다. 다행히 내가 소심한 성격이 아니라 그런 걸 담아두지 않는다. 소심한 성격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박)성진이 형이다. 작년에 너무 지다 보니까 움츠러들었더라.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하하하.
옛날 이야기 좀 하겠다.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길거리 농구만 하다가 중3 때야 정식으로 농구부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부터 계속 센터였나.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농구부에 들어갔다. 그 때 키가 192cm였다. 제물포고 입학 때도 키가 제일 컸지만 고1,2 때 선생님은 나를 센터로 안 키우려고 했다. 내 신장을 보면 4번 역할이 더 잘 맞는다. 그래서 외곽슛 연습도 많이 했는데 고3 때부터 센터로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일 보완해야 할 게 슈팅과 창의적인 플레이다. 장신을 넘어설 훅슛도 더 강화하고 수비도 보강해 한다. 아마도 5cm만 더 컸다면 NBA에 도전했을 거다. 실제로 대학교 2학년 때 해외 에이전트를 통해 NBDL 입단 이야기가 오갔다. 학교 문제도 있었고 에이전트도 사정이 생겨 무산됐는데 앞으로는 해외 진출이 힘들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최)진수가 아쉽다. 미국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친구인데. 미국에서 2-3번 포지션을 보며 외곽과 돌파 위주로 경기했는데 국내에서는 아마 4번 역할을 해야겠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까 걱정된다.
대학 시절 처음 경기를 봤을 때 완전 칼 말론인데 롤 모델이 더크 노비츠키라 놀란 적이 있다.
물론 말론, 케빈 가넷, 찰스 바클리 모두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파워포워드들인데 나는 노비츠키가 제일 경이롭다. 그 슈팅은 정말 사기다(웃음). 노비츠키 경기를 대부분 챙겨보며 연습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플레이를 할 수가 없다. 센터는 로우포스트에 박혀 있어야지 슛을 하면 안된다. '한국농구는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는데 너무 센터, 포워드, 가드 역할에 얽매여 있는 경향이 있다. 아비다스 사보니스나 블라디 디박같은 유럽 센터들을 봐라. 포인트센터라고 불리는 것처럼 가드 못잖은 패싱도 보여주고 3점슛도 던진다. 우리 식으로는 이제 국제대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럼 기회만 주어진다면 3점슛도 자신있다는 얘기인가.
연습 때는 다 들어간다(웃음). 애들하고 내기하는데 대학 최고 슈터라는 김선형, 함누리와 붙어도 내가 거의 다 이긴다. 그래서 나랑 대결을 안하려고 한다.
이제까지 상대해 본 선수 중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누구인가.
이란 센터 하메드 하다디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대결에서 그 날 슛 감이 정말 좋았는데 하다디의 높은 블록슛을 의식해서인지 조금씩 빗나가더라. 국내에서는 역시 주성이 형이다. 수비에서 정말 배울 점이 많다. 아시안게임 때도 많이 배웠다. (양)동근이 형과 (이)규섭이 형한테도 많이 배웠고. 공격은 문태종-문태영 형제다. 문태영은 키는 나보다 작던데 팔이 진짜 길고 수비는 그저그랬는데 공격력은 최고였다.
앞으로 화려한 날들이 훨씬 많이 남았지만 현재까지 최고의 경기는 언제인가. 혹은 최악의 경기는.
2008년 고려대를 상대로 50연승을 기록하면서 신기록을 세운 날이다. 나도 잘했고 49연승 기록을 넘어섰다는데 성취감이 대단했다. 우승은 고3 신분 때 처음으로 우승한 농구대잔치가 잊혀지지 않는다. 우승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몰라도 요즘 우승은 감회가 없다. 프로에서 하는 우승은 훨씬 다를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최악은 2008년 그리스에서 열렸던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캐나다전이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막판 내가 실책하고 슛 놓치고 (정)영삼이 형이랑 (전)정규 형이 정말 잘했는데. 52연승에서 멈춘 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가고 싶은 팀이 있나. 아니면 함께 뛰고 싶은 선수는.
어느 팀이든 다 좋은데 내가 가장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은 아무래도 인삼공사인 것 같다. 다른 팀들은 내 포지션에 경쟁자들이 있는데 인삼공사는 4번이 약점이라 주전으로 적응하기도 쉬울 것 같고 (양)희종이 형이랑 (김)태술이 형 돌아오면 (김)성철이 형도 있고 (김)보현이 형에 이정현, 박찬희 두 친구도 있어서 우승을 노려볼 만 한 라인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신인 중에서는 (이)정현이와 (박)찬희가 제일 낫다. 신인왕 경쟁은 정현이가 조금 앞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팀도 다 괜찮다. 전자랜드는 고향인 인천이라 편하고 오리온스는 2008년에 나를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해 주신 김남기 선생님과 김유택 선배님이 있어 좋고 SK는 전력이 좋아 우승 꿈을 꿔볼 만 하다. 함께 뛰고 싶은 선수는 안재욱이다. (안)재욱이와는 대학교 때 픽앤팝으로만 20점을 넣곤 했다. 정말 호흡이 잘 맞는다. 저번에 원주에 경기를 보러갔는데 잘하더라. 그런데 '왜 왔냐. 동부로 오느냐'고 관중들이 물어보셔서 그냥 웃었다.
2010년에 흡족하게 하질 못해서 올 해 각오가 남다르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해서 올림픽 진출권을 따는 것과 프로농구에 데뷔해서 첫 해에 우승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신인상이나 올스타는 덤으로 따라왔으면 좋겠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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