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왕의 귀환'을 내 걸고 51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렸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도전이 준결승에서 멈춰서자 가장 서럽게 눈물을 흘린 이는 다름아닌 막내 손흥민(19·함부르크 SV)이었다.
'슈퍼탤런트' 손흥민은 25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후반 37분 이청용과 교체 투입돼 오른쪽 날개로 연장 끝까지 38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회가 많지는 않았으나 빼어난 스피드와 특유의 개인기로 위협적인 돌파를 선보였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황재원의 극적인 동점골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기성용의 프리킥을 김신욱이 머리로 떨궈주자 손흥민은 혼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슈팅을 때렸고 수비벽에 맞고 나온 볼이 황재원 앞으로 굴러 드라마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승부차기 끝에 결승 진출이 좌절되자 손흥민은 서럽게 눈물을 쏟았다. 득점에 실패해도 웃어 '미소천사'라는 애칭이 붙은 손흥민이 그토록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이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맞은 국제대회였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꿈에 그리던 선배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훈련과 경기 때마다 해맑은 웃음을 짓는 막내로 예쁨을 톡톡히 받았다.
지난 11일 바레인전을 통해 아시안컵 데뷔전을 치렀을 때 너무나 기뻐하며 피치를 향해 뛰어들던 손흥민은 갑작스런 퇴장에 17분만에 다시 교체돼 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7일 뒤 인도전에서 다시 교체 투입돼 후반 36분 구자철의 킬러패스를 받아 골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그물을 흔들면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다. 앞으로 최소 10년은 지속될 '손흥민'이라는 역사에 첫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4년 뒤 2015년 호주아시안컵까지 박지성이 뛸 가능성은 없다. 2015년 아시안컵은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등이 주역이 될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은 잠재력을 현실로 꽃피웠을 23세의 손흥민을 만나는 일이다. 오늘의 눈물이 4년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미소천사의 웃음으로 뒤바뀌길 기대한다.
[일본전 패배 후 눈물 쏟는 손흥민. 사진 = 카타르 도하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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